정기신고-약속의 무게
세금을 내지 못하더라도 신고부터 해야 하는 이유
by신수현Sep 1. 2026brunch_membership's
세금신고를 할 때에는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마감일이 닥쳐서 자료를 가져와서 법인세신고를 해달라고 하는 법인대표, 원장 마감이 되지 않아 기다리다가 결국, 확인도 다 하지 못하고 마감을 하는 경우, 전자신고 마감시간이 다가오도록 세금이 마무리가 되지 않는 경우, 이런 경우 신고부터 해야 한다고 소리 지르던 세무사님이 떠오른다.
카톡으로 세금신고 안내문을 보내오지만 홍보성 문구도 많아서 대표님들이 카톡이 와도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카톡, 우편물로 세금신고 안내문을 보내도, 우편물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카톡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안내문,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문, 법인세 신고 안내문. 사람들은 흔히 이 종이를 ‘돈을 내라는 독촉장’ 정도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그 한 장의 종이는 단순한 세금청구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와 한 시민, 슬롯와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주체 사이에 맺어진 가장 기본적이고 엄중한 ‘약속의 알림’이다.
세무 현장에서 수많은 장부를 마주하고 사업자들의 한숨을 듣다 보면, 세금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대개 ‘돈’이 아니라 ‘태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통장에 잔고가 없어서, 당장 이번 달 인건비와 임대료를 메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혹은 그저 무섭고 막막해서 세금 신고라는 문턱 앞에서 발을 멈추고 문을 닫아버리는 이들을 자주 본다.
그러나 세법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돈이 없어 납부하지 못하는 것’과 ‘잠수 타는 무신고’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세금은 약속이다. 그리고 정해진 기간에 신고해야 하는 ‘정기신고’는 그 약속을 지탱하는 것은 세금을 줄이는 방법 중 가장 기본이다.
정기신고: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는 샐러드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갈 때 타인과의 약속 시간은 신뢰의 척도가 된다. 약속 시간에 늦거나 나가지 못할 사정이 생기면, 우리는 상대방에게 미리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 상식이다.
세금에 있어서 ‘정기신고(定期申告)’가 바로 그 전화 한 통과 같다. 부가가치세는 과세기간 종료 후 다음 달 25일까지, 종합소득세는 매년 5월 31일까지, 12월 말 결산법인의 법인세는 3월 31일까지. 세법이 규정한 이 날짜들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세금을 걷어가기 위해 그어둔 빗장이 아니라, "지난 기간 동안 당신이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 스스로 계산하여 알려달라"는 슬롯적 약속의 시한이다.
정기신고 기한 내에 신고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내가 지난 기간 동안 얼마를 벌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비용을 썼으며, 법이 정한 기준에 따랐을 때 나의 세금은 이만큼이다"라고 국가에 당당하게 나의 경제적 실체를 설명하는 행위다. 회계가 사업의 표정을 짓는 작업이라면, 정기신고는 그 표정을 세상에 투명하게 드러내어 공인받는 절차인 셈이다.
약속을 어긴 대가: 가산세
약속을 어겼을 때 법이 내리는 가장 직접적이고 냉정한 처벌은 가산세(加算稅)이다. 가산세는 형사처벌처럼 교도소에 수감되지는 않지만, 사업자의 재정을 소리 없이 갉아먹는 가혹한 경제적 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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