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 표현의 자유
처음엔 주로 댓글로 배웠어요
한글의 위대함이랄까 인간의 창의력이랄까
얼마나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요
예를 들면, 죠스바 쌍쌍바 수박씨
발라 봐 같은 거 너무 흔하죠
식빵은 이제 너무 평범하고, 게시판이 개식판이 되고
세상에나 참새가 조류가 아니라 포유류였는지 젖이 있대요
맛깔스럽게 까나리액젓도 빠뜨릴 수 없죠
리조또도 모르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조카 신발끈이랑 색연필 색깔이 이십팔 색이래나 뭐래나
개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지만
개의 자식들은 넘쳐나네요
최근엔 조금 새롭게 친구한테서
더하고 곱하고 사칙ㅇㅅ로 배우고 있어요
아홉에 일을 더한 것 같은 니은들
스핀오프랄까 응용 실전 편으로 이건 어떨까요
아홉에 아홉을 더한 시옷과 쌍기역들
이-그!! 이에다 구를 곱할 니은과 니은들
제가 수학에 약해서 이건 좀 받아 적어놓고
복습해서 암기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모태 ㅇ ㅅ도 있어요
또 제가 절라도 네이티브거든요
삼백예순닷새 스물네 시간 엄마 뱃속에서부터
태교로 듣고 자랐답니다
수위가 높을수록 친밀하다는 뜻이래요
이럴 때는 음성지원이 되면 좋을 텐데 살짝 아쉽네요
옛 기억이지만 할머니께서는
다섯 번 여섯 번 죽일 니은들이
좀 많으셨나 봐요
능지처참과 부관참시에 버금가는 급이죠
게다가 그때는 정말로
호랭이가 물어갈 니은들도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표현의 자유 얘기가 많던데
아무래도 저 심의규정에 걸릴까요
더 못쓰게 되면 어떡하죠
지금이 1970년대도 아니고
설마 이 정도로 잡혀가진 않겠죠
그것도 하필 한글날,
이토록 어여쁘고 자애로운 한글로 이런 글을 써서
훈민정음을 훼손하고 더렵혀서
세종대왕님께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한글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쩔뻔 했을까요
정말이지 표현이 안 되는 표현이 없는 것 같아서
새삼 위대함을 느낍니다.
한글을 창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물려주신 자유와 평등을 저희는
이렇게 쓰고 있어 또한 부끄럽습니다.
아참, 올해 노벨문학상은 캐나다의 시인 앤 카슨이 받았다고 하지요.
역시나 눈뜨자마자 저의 알고리즘엔 그 소식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네요.
이를 계기로 절판된 바카라들도 다시 나올까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시를 쓰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드리우는 것 같아
몹시 기쁩니다.
이왕이면 우리 시인이 풀어 옮긴 시집으로 읽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과연 이토록 아름답고 귀한
우리 말과 글자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쓰고 있을까요
어떤 마음과 생각들을 길어올려
긁고 짓고 새겨 남기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