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다리

시나브로

by햇살나무 여운


처음 만난 우리 사이에

이야기가 놓이면

시나브로 다리가 된다


아무리 낯선 사이에라도

흔하디 흔한 작은 이야기 하나 놓으면

정겨운 징검다리가 된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딛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다리가 놓이면 우린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숱한 찰나의 익명이 아닌

어린 왕자의 장미가 된다

긴긴밤이 되고 여우가 되고

별이 되고 나무가 되고

바다가 된다


그렇다고 너무 성급히

건너가려 하지 않기를

어서 건너오라고 재촉하지 말기를

혹여라도 긴긴 서사의 단 한 장면만으로

전부를 알았다고 쉬이 오해하지 않기를

조금 천천히 조심조심 건너가기를

좁고 뾰족한 것보다는 조금 넓고 평평한 모양을 골라

자연스레 넌지시 건네기를

그리고는 잠시 떨어져

기다려 주기를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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