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닿지 않는 세계
이리엘은 더 멀리 날아갔다. 아까의 축축하고 냄새나던 거리나 텅 빈 공원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건물이 모두 높고 밤인데도 밝은 곳이었다. 이리엘은 예전에 가옐 아저씨가 해준 부자들의 빌딩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럼 저것들은 빌딩이겠네. 아저씨가 빌딩은 높고 밤엔 밝다고 했으니까." 이리엘이 중얼거렸다.
그 도시는 밤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건물의 창문에는 많은 이들이 있었고 주변의 길거리 또한 밝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밤인데도 낮처럼 바빠 보였다. 이리엘은 아까 보았던 농촌이 생각났다. 이리엘은 아까 보았던 농촌을 떠올렸다. 그곳에 남아 있던 것은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젊은이들은 모두 이런 도시로 흘러 들어온 것처럼 보였다. 다리 위로는 마을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던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저마다 다른 색을 띠고, 번쩍이는 불빛을 깜빡이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냈다. 이리엘은 천천히 한 건물 가까이 다가갔다.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깨끗한 옷을 입고, 반듯한 바카라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하얀 종이와 빛나는 화면을 번갈아 보며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응? 왜 저들은 입을 다문 채 종이의 언어로만 대화할까…?”
“일은 사람이 같이 하는 거야. 바다도 혼자선 못 나가. 꽤 심심하거든, 혼자서 낚시하면.” 가옐 아저씨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고립된 섬처럼 보였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같은 방 안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보지 않았다. 눈은 종이 위에, 손은 기계 위에, 입은 굳게 다물린 채였다. 가끔 사람들의 시선에는 냉기를 머금거나, 불타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온기가 되어 주지 않고 있었다.
───
빌딩과 빌딩의 골목에 음료 자판기가 하나 있었다. 한 남성이 그 자판기 앞에서 캔을 사고 있었다. 남성의 자판기 사용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다른 일행도 있었지만 소름이 들 만큼 소리가 안 들리고 오직 동전이 딸랑거리는 소리, 캔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전이 딸랑거리고 사람들이 버튼을 꾸욱 누를 때마다 거대하고 고요한 호수 위로 조용히 파동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이리엘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곳은 따뜻해 보였지만, 창문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니 차갑게 느껴졌다. 조금 더 날아가 다른 창을 들여다보았다.
넓은 방 한가운데 긴 식탁이 놓여 있었고, 음식이 가득했다. 빛나는 접시, 윤이 나는 과일, 향이 짙어 보이는 고기들. 그런데 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았다. 접시를 조금 건드리다 말고, 서로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웃음소리는 컸지만 눈은 웃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말소리도 거의 안 들렸다. 대화는 있었지만 전부 재미가 없는 이야기뿐이었다.
“왜 저렇게 많은 걸 두고도, 조금만 먹지…?”
문득, 아까 본 움막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빵 한 조각에도 손을 떨고 있었는데. 이리엘은 천천히 위로 떠올랐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더러운 거리와 밝은 도시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회색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을 뿐이었다.
“왜 아무도 저 다리를 건너지 않을까.”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
그때 한 건물의 높은 층에서, 커다란 유리창 앞에 서 있는 아이가 보였다. 아이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리엘과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아이는 금빛의 장난감 방 안에 서 있었지만, 표정은 아까의 거지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 안에 있는 수많은 장난감들은 아까의 거지 아이들이 놀던 하찮은 돌멩이보다 더 차가워 보이고 낯설었다. 아이는 어쩐지 외로워 보였다. 이리엘은 아이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가까이 가보았다.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어려있었다. 아이의 손에 쥐어진 정교한 장난감 비행기는 목적지 없는 길 위를 공허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풍족함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유리창 안에서 아이의 울음은 소리 없이 반사될 뿐이었다. 이리엘은 창을 통과해 아이에게 다가갔다.
───
"안녕?" 이리엘이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넌, 누구야....?" 아이는 갑작스레 나타난 이리엘에 놀라 보였다.
"난 여행자야. 여기가 다섯 번째로 온 곳이야."
"그렇구나."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왜 울어?"
"혼자서 노는 건 이제 질렸어. 시시해."
"친구가 없어?"
"응."
"그럼 밖에는 안 나가?"
"응. 매연이 심해.
그리고 밖은 너무 서늘해.... 춥지는 않은데 말이야."
"너 좋아하는 게 뭐야?"
"없어."
"... 그, 그럼 잘하는 건?" 이리엘이 아이의 대답에 당황해하며 물었다.
"몰라."
"어... 커서 하고 싶은 꿈이 뭐야?"
"돈 많이 버는 직업 가질 거야."
"왜?"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다잖아."
"그렇구나... 알았어.
나는 이만 갈게, 안녕."
"잘 가!" 아이가 가는 이리엘에게 우는 얼굴로 작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
이리엘은 걸어가듯 하늘로 나아가며 금빛 창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작은 손 안에서 장난감 비행기는 여전히 같은 궤도를 맴돌고 있었다.
“부자는… 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도시는 밝았다. 하지만 그 빛은 별빛과는 달랐다. 닿지 않고, 따뜻하지도 않은 빛이었다. 이리엘은 천천히 도시를 떠나 하늘로 올라갔다.
───
멀어지는 그 별빛을, 금빛 방의 아이가 올려다보았다.
“잘 가. 조심히 가.”
아이는 손을 흔들었다.
“네가 뜻을 이루길 바라. 나도… 열심히 할 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