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닿지 않는 세계
가옐이 놀라더니 이리엘을 붙잡으려 했지만 이리엘의 머리카락이 먼저 바닷바람에 휘날렸고, 그다음엔 어깨가, 그리고 손끝이 멀어졌다.
"이리엘...."
가옐은 주저앉아 허공을 붙잡으려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이리엘이 서 있던 자리를 오래 바라보았다.
"으아앙~! 아저씨!"
이리엘은 울며 아저씨를 찾았다. 하지만 이리엘에게서 떠나가듯 아저씨는 서서히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이리엘은 떨어질까 겁나면서도 바람이 이끄는 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아래에선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있었다.
───
"난 그때 13살이었거든. 근데 그동안은 그곳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어. 그때 내가 아는 세상은 내가 살던 마을과 바다가 전부였었어." 이리엘이 말했다.
"어떻게 그때까지 세상이 그 둘밖에 없다고 생각하셨어요?" 루시안이 물었다.
"그땐 지금처럼 세상을 묘사한 바카라이 없었거든." 이리엘이 말했다.
"그래서 선생님, 그때 바람에 끌려다니면서 무엇을 보셨어요?" 루시안이 물었다.
그러자, 이리엘이 허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많은 걸 보았어."
───
이리엘은 어촌을 지나 산골에 도착했다. 산 특유의 토양이 보송보송한 솜털처럼 이리엘의 지친 발을 감쌌다. 산에는 푸릇한 풀이 향기롭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고, 염소들은 매애애~하며 기분 좋게 풀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산 여러 개가 세워진 가운데에 마을이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서로 대화하고, 걱정하고, 함께 있어주는 사람들이.
산을 깎아 만든 논과 밭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서로의 농사를 도와주고 수확을 서로 나누고 있었다. 마루에 옹기종기 모여서 마치 구슬들처럼 서로 붙어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
이리엘은 산골을 지나, 농촌에 도착했다. 논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집은 드물었다. 모내기 중인 논에서는 오리 떼가 밥을 쪼아 먹고 있었다. 이리엘이 가까이 지나가도, 오리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기계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멀리서, 점점 가까이에서. 논은 넓었지만, 허리를 곧게 펴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 무언가에 기대어 있거나, 아래를 향해 있었다. 아이의 모습은 없었다. 웃음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일정한 리듬으로 기계 소리만 이어졌다.
멀리, 한 노인이 보였다. 논을 지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등은 굽어 있었고, 그 자세는 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노인의 집은 가까워질수록 더 조용해졌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안쪽에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이리엘은 멈춰 섰다. 여기는, 산골과는 너무 달랐다. 무언가가 이어졌지만,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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