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소가 되지 않으려고

by김솔솔


아침형 인간인 줄 알았는데


회사 다닐 때, 나는 알람 없이도 새벽 6시 반이면 눈이 번쩍 떠지는 사람이었다. 여름에는 창밖에 어슴푸레 빛이 스며들 때, 겨울엔 아직 사방이 캄캄할 때.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의식이 드는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런데 퇴사하고 8개월이 지난 요즘은 어떨까. 눈을 뜨고 한참이 지나, 해가 동쪽에서 남서쪽으로 기운 지가 꽤 되었는데도 여전히 침대 이불속에서 발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렇게 무너지고 마는 걸까?' 문득 비현실적인 기분이 스친다.


“탱자탱자 놀고먹던 젊은이는 결국 소가 되었단다.”

느지막이 일어나 허우적거리며 양치질을 하는데,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가 귓가에 쨍하고 울린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던 그 시절, 늦잠을 자거나 게으름을 피우면 전래동화 속 청년처럼 엉뚱하게 소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실로 강력했다.


할머니의 '그러니까 부지런히 제 앞가림하고 살아야 한다'는 당부는 내 삶의 제1법칙이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남들만큼 성실히 학교를 다녔고, 대학을 거쳐 기꺼이 한 사람의 경제활동인구로 자라났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 혹은 성실함이라는 이름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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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경력 마케터, 대기업 희망퇴직 후, 나만의 아름다운 인생 비율을 찾아가는 기록 (인생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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