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사실 여름휴가를 따로 챙겨 갈 필요가 없다. 퇴사 이후, 매일이 온전한 내 시간인 삶을 살고 있으니, 일부러 시간을 내어, 특별한 장소에 가고, 색다른 체험을 할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매년 이 즈음엔 많은 온라인 게임인들이 여름휴가를 맞이한다. 이 시기에 여행 수요가 몰려 숙박비, 항공료 등 모든 경비에 할증이 붙는다. 나 역시, 이 시기에 여행을 가기 위해서 몇 개월 전부터 광클릭으로 비행기 표 예매를 시도했다.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마련하려 애썼던 것이다.
통장을 텅장으로 만드는 카드 청구서를 확인하면서도 '이만큼 절약했다'며 짜릿해하던 순간들. 그때 도파민이 분출된 이유는 분명했다. 그것은 치열한 일상과 꽉 찬 노동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었으니까. 매일매일 억눌린 채 버텨내야 했던 시간의 대가로, 나는 '여행', '쇼핑'이라는 당근을 스스로에게 쥐여주며 조금이나마 숨통을 텄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떠난 여행도 나름대로 좋았다. 때마침 필요한 휴식이었고, 그렇게 채운 에너지로 다음 날을 기약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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