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6개월
퇴사 후 맞이한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 속도는 마치 놀이공원의 청룡열차와 같았다. 처음에는 30km로 달리는 완행열차처럼 레일 옆으로 우거진 나무 숲 사이를 산뜻하게 지나갔다. 그러나 6개월을 넘긴 시점이 되니 마음의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초반에는 열차 주변의 풍경을 즐기는 여유가 전부였는데, 반년이 지나자 갑자기 엔진 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고공 낙하 구간에 다다른 것처럼, 이제는 뭐라도 미래의 성장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나만의 방향성을 세우고 '스타트'를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비명을 지르며 내리 꽂힐 것 같은 위기감이 덩굴처럼 마음을 휘감는다.
퇴사할 때 나름대로 세웠던 미래 방향성 원칙 1번은 ‘다시는 조직에 들어가지 않겠다’였다. 처음엔 15년 차 마케터의 노하우를 살려 재취업에 뛰어들까도 고민했지만, 온라인 게임생활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번아웃의 잔상이 피로감을 몰고 왔다. 조직에 소속되어 '제너럴리스트'로 살아온 지난날을 뒤로하고, 이제는 적성검사 결과가 가리키는 것처럼 ‘창의적인 일’, ‘아이디어 기반의 독립적인 업무’를 하고 싶었다. 거창한 소통의 사명을 띤 건 아니지만,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결된 채 나만의 창의성을 꽃피우고 싶다는 갈망이 컸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유튜브였다.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 반려견 아리·둥이와 함께하는 1인 2견 가구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로 했다. 도파민 대신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이 흐르는, 평온하고 온화한 채널을 꿈꾸면서 말이다.
하지만 채널을 개설하고 쇼츠 위주로 영상을 몇 개 올렸지만, 구독자는 미미하고 조회수도 주목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알고리즘 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과거의 소셜 미디어처럼 서로 구독을 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품앗이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콘텐츠 방향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야만 비로소 세상에 노출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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