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낭만에게 져줘도 괜찮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하더라도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 나는 아리와 둥이의 손을 잡고 서해 바다로 진짜 여행을 떠났다. 가고 싶다는 열망과 우려되는 마음 사이에서 허들을 하나하나 넘으며 도달한 첫 솔캠은, 생각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 완벽주의를 내려놓으면 새로운 경험의 세계가 열린다더니.
물론 ‘성공적’이라는 결과론적인 단어 뒤에는 지독한 노동의 대가가 숨어 있다. 바닷가 '똥바람'에 맞서 내가 텐트를 세우는 건지, 텐트가 나를 넘어뜨리는 건지 모르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는 선배 캠퍼들의 고백을 여러 번 복기한 터.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애초에 설치 난도가 낮은 텐트를 선택했음에도 바닷가 똥바람은 무시할 게 못 됐다. 폴대를 끼우고 텐트를 자립시키려다 휘청거리길 몇 번. 겨우 텐트를 설치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했던가. 완성 후 두 팔 벌려 ‘짠’ 해 보이자, 그전까지 볼품없이 휘청거리던 초보 캠퍼는 온데간데없고 프로 캠퍼만 남아 있었다, 치자.
사실 땀을 뻘뻘 흘리며 텐트 하나 치는 작은 일에서조차 '실수 없이 완벽하고 싶다'라고 바둥거리는 나를 보며, 완벽하지 않은데 완벽주의를 추구하려는 성향을 다시금 알아차린다. 생각해 보면 캠핑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 자체가 늘 처음 마주하는 일들의 연속인데, 왜 그 '처음'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매번 능숙한 베테랑이기를 욕심내는 걸까.
프랑스의 문학가 아나톨 프랑스는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이라 말했다.
그 말처럼 캠핑이라는 형식 보다 좋았던 건, 수많은 걱정의 허들을 넘고 낭만에 도달하려 노력했던 '과정 자체'였다. 처음이라 뚝딱거리는 서툼을 견디며 내 안의 강박을 깨뜨린 이 여정 자체가 나에겐 진짜 여행이었고, 그 깨달음 덕분에 무언가를 빼먹고 와서 조바심치던 실망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우려했던 불청객은 없었지만
낯선 야외 환경이었지만 나와 함께 간 반려동물 아리와 둥이는 참 든든했다. 마치 먼 옛날 야영장에서 우리 선조를 지키던 늑대들의 DNA를 고스란히 간직하기라도 한 듯, 녀석들은 내 곁을 내내 지켜주었다. 사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대체 누가 누구를 지키고 있는 거지?' 하는 의문이 슬쩍 들며 헛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결국 이 소박한 텐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지키는 온전한 보호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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