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소득, 수입, 푼돈, 파이프라인

by김솔솔

매월 25일, 벌이는 작은 소동

바람만 스쳐도 뼈마디가 아프다는 통풍 환자처럼, 이달의 카드결제 알림이 스마트폰 화면에 뜨자마자 심장이 찌릿하다. 매월 25일은 카드값과 대출이자가 연체되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주거래 통장의 잔고를 확인해야 하는 날이다. 예전에는 근로소득인 급여가 들어와 카드대금, 대출이자, 기부금, 보험료, 각종 구독료 등 자동이체 쓰나미를 막아줘 든든했던 월급통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넋 놓고 있다가 잔액 부족으로 연체가 발생하고 신용등급이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특히 이번 달은 지출이 좀 많았다. 이 아름다운 오월의 날씨 탓이 크다. 찬란하게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나무와 풀, 꽃들로 단장한 산과 바다가 유혹하니 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높은 환율 탓에 해외여행보다는, 국내로 눈을 돌리니 갈만한 곳이 많았다. 여행이 경험에서 소비가 된 지는 오래, 즐거운 시간 뒤에는 교통비, 숙박비, 음식비 등 치러야 할 카드값이 상당하다. 이 돈을 정말 내가 다 썼단 말인가? 31번 지구에 사는 내 도플갱어가 쓰고 간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저기요, 청구가 엉뚱한 사람에게 되었다고 항변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결국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 모든 비용을 치르기 위해서 예비비 통장에서 돈을 끌어다 주거래 통장에 채워 넣었다. 지난 글에서 식기세척기를 모셔만 두고 쓰지 않는 나의 멍청한 지출을 고백했을 때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다. 이번엔 지출에 대해 이토록 솔직하게 털어놓은 김에 퇴사자의 '소득'에 대한 이야기도 한 번 꺼내보려 한다.


퇴사자의 통장에 찾아온 아주 작고 소중한 변화들

솔직히 고백하자면, 퇴사 5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이렇다 할 고정 수입이 없다. 15년 넘게 매달 통장에 따박따박 꽂히던 급여가 사라진 자리에는, 소위 말하는 '쫌쫌다리' 수준의 푼돈과 소소한 수입들만 겨우 자리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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