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아니고, 지인도 아니고, 심지어 살아있는 사람도 아닌데 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루 살로메’.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사연은 이렇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 대학교 시절. 동아리 회관 게시판에 붙어 있는 ‘루 살로메 - 냉정한 독부인가, 뜨거운 뮤즈인가 ‘라는 타이틀의 포스터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식인들을 홀린 걸레잖아."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비속어였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과 동기였다. 평소 남을 근거 없이 내려치기식 비난으로 자기 과시욕을 채우던, 좀 야비한 자였다. 그땐 그저 과 동기라는 것 외엔 잘 모르는 인간이었기에, 저열한 저의가 담긴 표현임에도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불쾌한 감정이 슬쩍 올라왔지만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저속한 비난을 하지?" 라고 차마 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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