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향기가 흐르는 오월
비 온 뒤, 오월의 숲은 농밀하다. 씻겨 내려간 먼지 대신 숲의 속살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려견 아리와 함께 동네 뒷산에 새로 조성된 황톳길을 찾았다. 작년 가을과 겨울 내 켜켜이 쌓인 갈색 낙엽 카펫 위로, 어느새 연둣빛 생명들이 돋아나 있었다.
어느 나무 아래를 지날 때였다. 코끝을 스치는 향기가 훅 끼친다. 그 향이 달고 진해 발걸음을 멈췄다. 네이버 렌즈를 꺼내 확인해 보니 '때죽나무'란다. 프리지어의 생동감에 바닐라의 부드러움, 그리고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린 듯한 알싸한 달콤함. 마케터로 살던 시절, 수많은 향수와 디퓨저를 접해봤지만 자연이 제멋대로 조향 해낸 이 농밀한 향기만큼 완벽한 '기획'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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