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봄날의 햇살과 잔인한 파열음

by김솔솔


퇴사 후 맞이하는 첫 봄이다. 특유의 채도를 간직한 벚꽃이 세상을 창백한 핑크로 물들이는 듯하더니, 하얀 배꽃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버드나무 그린이 회색 건물 사이사이를 채색한다. 축제, 파티, 향연, 잔치 뭐라고 불러도 좋은 태양이 지휘하는 봄의 악장이 투티(Tutti)로 세상에 울려 퍼진다. 이 세상 속에서 나는... 쇼생크를 탈출한 앤디 듀프레인처럼 봄의 에너지를 두 팔 벌려 맞이하고 있다. 어쩌면 유한한 것이라서 더욱 황홀하고 달콤한 것이겠지.


추운 겨울을 지나온 거친 땅에 기꺼이 온기를 내미는 존재들. 바스락거릴 만큼 건조하게 얼어붙은 마음을 포슬하게 녹이는 마법. 메마른 가지에 새싹을 틔우고 꽃눈을 깨우는 생명력이 가진 에너지.

나른한 로파이(Lo-fi) 재즈를 배경 삼아 그 에너지를 입으러 밖으로 나선다. 공기 중에는 사랑과 여유가 둥둥 떠다니고, 누구와도, 어떤 상황과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위험하고도 평온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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