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이제 돌아와도 괜찮아!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이 앞서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은 내가 느낀 엄청난 감정, 혹은 머릿속을 스친 위대한 깨달음을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은 때이다. 그럴 때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는 바로 나의 감정과 상황을 열심히 설명하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 물에 빠진 트라우마가 있어서 글을 쓸 때도 늘 강박에 시달린다.'거나 '기억이란 참 묘해서, 지우고 싶은 과거와 현재의 내가 늘 부딪히곤 한다.'처럼 말이다.
이 문장에 오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쓰인 글은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독자는 작가의 일기장을 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 작가의 세계를 함께 체험하러 왔기 때문이다.
내 글을 독자의 기억에 문신처럼 새겨 넣고 싶다면, 설명하지 말고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추상적인 관념을 구체적인 감각의 감옥에 가두어 눈앞에 펼쳐 보여주는 것 말이다.
다음 예시 글은 내가 몇 해 전 썼던 글이다. 온라인카지노를 시작하고 1년 남짓 됐을 무렵이었고, 글쓰기에 대해 짝사랑 같은 감정을 잔뜩 품고 있을 때였다.
이제 시간이 2년 넘게 흘렀고, 나는 이 원고를 지금의 객관적인 관점으로 재 해석해 보았다. 마침, 이 글은 장면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이야기해볼 만한 좋은 요소를 갖고 있었다.
인용 예시: 기억, 이제 돌아와도 괜찮아.
깊은 잠을 자지 못한 날이었다.
그날은 짧은 낮잠조차 얕아서, 나는 꿈과 현실의 어디쯤을 헤맸다. 그사이 몇 개나 되는 문장이 떠올랐다.
현실의 간절함이 반영된 꿈이었겠지. 두 개? 세 개? 얼른 손바닥에라도 적어보려는데 만년필이 없었다. 적을 수 없다면 외워야지! 내가 숨까지 참으며 문장을 기억하려 애쓸 때, 다시 다른 문장이 떠올랐다. 아, 만년필은 어디 간 거지? 아끼는 건데.
결국, 나는 한 문장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문장 기억을 하는데, 답답하게 숨은 왜 참는 거야?'
'그만큼 집중을 해보려는 거지. 아, 맞다! 물에 빠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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