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가 올라오지 못하게 박스를 깔고 돌을 올려 두는 자리가 있다. 한 철 지나 걷어 보면 그 밑의 풀은 하얗게 질려 있다.
일 년 삼 개월 뒤, 나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음식과 음료에 관심이 많은 지인이, 우리 집 근처에 스페셜티 커피숍이 처음 생겼으니 한번 가 보라고 했다.
아메리카노만 커피인 줄 알았던 나는 별 관심 없이 그러겠노라 했다.
한 달쯤 지나 그 커피숍에 갔다.
일자리를 찾으러 간 자리였다. 와이파이가 되고, 가장 싼 음료 한 잔으로 한두 시간 앉아 있을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커피 맛은 상관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계산대에 있던 바리스타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오세요, 도움 필요하시면 알려 주세요.
녹슨 쇠파이프와 낡은 가구들이 눈에 띄었다. 바 한가운데에는 왕관처럼 번쩍거리는 에스프레소 기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음료 주문 도와드릴까요?
글쎄요, 뭐가 좋을까요?
메뉴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장식인 줄 알았던 구불구불한 글자들이, 자세히 보니 메뉴였다.
Macchiato $3
Cortado $3.50
Cappuccino $4
Latte $4.50
어차피 모르는 이름들이었다. 맨 위가 가장 쌌다.
마키아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