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분기말
월말보다 세 배는 바쁜 분기말이었다.
옆자리 동료에게 물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회사에 먼저 들어온 친구였다. 최근에 아빠가 된 그는 늘 피곤해 보였다.
힘들지 않아요?
힘들죠, 아주 죽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올까요?
장대리님, 좋은 날이 오리란 생각을 그냥 하지 않는 게 마음 편합니다.
저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힘들다는 것을 기본값으로 세팅했습니다. 저처럼 해보세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온기도 향기도 빠져나가는, 내린 지 오래된 커피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
당분간은 나 혼자 일해도 우리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 말고.
갈 곳을 만들어 놓고 떠나기에는, 얼마나 더 차가워지고 향기를 잃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잘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아니었다.
모자란 것을 채우러 들어간 회사를 일 년 삼 개월 만에 나왔다.
얼마 뒤, 동네에 새로 생긴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