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그 건물 왼편

(건물 왼편에 있는 빛)

by사피엔


그녀 눈이 거의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남자가 주방 안에서 그릇을 들고 나오는 모습을 따라, 검정 앞치마 끈을 대충 묶는 손 같은 것을 따라. 건물 왼편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을 때면 목 아래 어디쯤이 천천히 움직인다는 사실까지.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중국집 청년을 오래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에어프라이어, 밥솥까지 웃돈 받고 팔아치운 후 그녀가 옮긴 거처는 제주 북쪽, 기숙사 제공되는 호텔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에 옮겨왔을 때부터 그녀는 쉬는 날이면 꼭 이 중국집에 왔다. 제주도까지 와서, 어쩌다 휴무일에 짜장면이라니. 평소 면을 즐기지 않았던 그녀로선 짜장면은 늘 남겼고 단무지만 리필했다.

“단무지 더?”


검정 앞치마만 벗어도 진짜 배우라고 우겨도 될 얼굴. 스물일곱? 스물여덟쯤? 잘생긴 저 얼굴이 눈 앞에서 웃는다. 게다가 그녀의 단무지까지 챙기는 것이다.


“네. 짜장면보다 단무지가 맛있네요.”

으이구, 안 해도 될 말을 굳이 처 한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단무지 하나를 입에 넣는 그녀 얼굴이 괜히 붉어졌다.



그녀가 처음 이 집에 들어와 짜장면을 먹은 날, 욕이 나올 뻔했다. 9천원짜리 짜장면은 맛이 없었고 그녀는 단무지 값만 내고 싶었다.


그때 처음 그를 봤다. 검정 앞치마 차림으로 박스를 나르며 하얗게 웃고 있는 남자. 단무지를 씹던 그녀 입안에서 탄산수가 터졌다. 그녀는 하얗고 가지런한 이를 떠올리며 자주 이 집에 왔다. 배고픈 사람인 척, 쉬는 날마다 아침을 굶었다.

그녀가 할 일 없이 차를 몰고 나올 때면, 늘 이 건물 왼편 어딘가에 그가 있었다. 담배를 피우거나, 박스를 나르거나, 검정 앞치마 차림으로 웃고 있거나.

한번은 차를 세우고 그 건물 왼편에 서보았다. 어떤 날은 가방에 담아간 담배를 오 분 동안 꺼낼 준비만 하기도 했다.


안개까지 동반한 비가 내린 날이었다. 그녀는 결국 담배도 못 꺼낸 채 중국집 유리창만 노려보다 다시 차에 올라탔다. 식당에 그가 없었다. 파리 같은 인상의 사장만 유난스레 그녀를 반겼다.


“군만두 좀 드릴까?”


어이없네, 짜장면도 맛없어 먹다 말았구만, 군만두?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두리번거렸다.

그녀 눈이 자꾸 엉뚱한 데로 튀었다.

제주 날씨란 참, 낮에는 화창하다가도 밤이면 갑자기 비가 내렸다. 그것도 안개까지 사방을 잠식하며. 그녀는 핸들에 온몸을 기댄 채 온갖 욕을 퍼부으며 귀가했다.


그녀야말로 요즘 그렇다. 툭하면 온라인 게임에서 잘리는 바람에 6개월 단위로 이동 생활하려던 계획이 점점 꼬여갔다. 생활의 궁핍보다 자존감이 먼저 바닥을 쳤다. 쌓여가는 건 알콜과 니코틴, 내장지방뿐이었다.




그러다 찾아낸 한 줌 빛. 햇볕 따라 목을 뻗는 식물처럼 그녀 눈이 자꾸 이 청년을 좇았다.

오늘도 거지 같은 기분을 애써 누르며 녹색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다.

“누나, 왔어?”

누, 나?

순간 그녀 눈이 두 배쯤 커졌던 것 같다.

그가 웃으며 다가오자, 눈알이 대놓고 따로 놀기 시작했다.

마치 왼쪽 눈은 냉장고를 보고, 오른쪽 눈은 바닥을 보는 것처럼. 자신의 집요한 시선이 들키는 것 보단 차라리 눈알 고장난 여자가 더 나았다.

오늘따라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비운 그녀가 건물 왼편에서 담배를 꺼내들 때 그가 나왔다.

드디어.

“누나 여기 있었네?”

여자는 하마터면 담배를 거꾸로 물 뻔했다.




이전 02화2화. 안돼 안돼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