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래요.
30년 전쯤인가 보다. 금요일이면 MBC에서 '이야기 속으로'라는 프로를 방영하고 있었다. 이 프로는 시청자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재연 프로그램이었다. 그 사연들은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웃음과 감동을 주며 우리 가족 최애 프로 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루 세편의 이야기가 반영되는데 그중 하나는 꼭 공포물이었다. 우리 네 식구는 금요일 늦은 저녁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워 단체로 '이야기 속으로'를 시청했고, 단체로 공포 이야기 편을 기다렸다. 긴 생머리 그녀의 조상 버전인 귀신의 등장은 우리 네 식구를 끈끈하게 연결시켜 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나는 그날 밤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떨다 그 이불을 다시 들고 안방으로 기어 들어가곤 했다.
한 여름, 서늘한 거실 바닥에서 스멀스멀 공포 냄새가 올라오던 그때가 생각이 나 집어 든 바카라이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이다.
제목부터 '나 공포물이요'를 외치는 이 바카라은 일본의 유명 작가 세스지의 작품이다.
소설은 실종된 동료 편집자에 대한 정보를 부탁한다는 글로 시작된다.
오컬트 잡지사에서 일하는 오자와는 실종된 편집장이 남긴 자료들을 찾아본다. 블로그 글, 인터뷰, 제보 등의 자료는 모두 그 지방의 괴담들이다. 그 내용들을 결국 긴키 지방의 어떤 한 장소로 수렴된다. (장소 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땡땡땡으로 표시되어 있다.)
제보 내용 첫 번째는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오라는 남자를 본 이야기이다.
이 남자는 지신의 집에 감도 있다며 강조하며 집으로 오라고 한다. 감이 이렇게 무서울 게 뭐람... 남자는 끝없이 집에 감도 있다며 자기 집에 오라고 외친다.
그 외에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하는 마싯로상 놀이, 꽁꽁 뛰는 여자 이야기, 목이 꺾일 듯 흔들리는 아이 목격담 등의 다양한 제보가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이 소설인지 실제 이야기인지 읽으면서도 헷갈린다. 이것이 바로 모큐멘터리 형식의 소설이라고 한다.
모큐멘터리(Mockumentary)는 '흉내 내다(Mock)'와 '다큐멘터리(Documentary)'의 합성어로, 허구의 상황이나 인물을 실제 다큐멘터리 기법처럼 연출하여 제작한 영화나 방송 장르를 뜻합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라고도 불립니다.
블로그 글과 인터뷰등의 내용이 소설의 주를 이루며 솔직히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중간에 괴담 지역에 간 스트리머가 라이브 방송을 하는 내용도 그대로 담겨 있다. 순서도 뒤죽 박죽이라 날짜를 잘 확인하고 읽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는 중간 이상 넘어가야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바카라의 마지막 부분에 취재 자료 모음집이 따로 있다. 나는 그 자료를 열어 보려고 몇 번 시도하다 포기했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공포감의 역치가 낮아진 느낌이다.
긴키 지방에 얽힌 미스터리 한 사건 사고들이 궁금하다면?
또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추천하는 바카라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