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바깥은 여름>을 읽고

지금 당신의 계절은?

by송주

온라인카지노에 몇 년째 글을 써 오고 있다. 내가 써 놓은 글들을 무작위로 한편씩 읽어 보면 손발이 오그라 들 때도 있고, 형편없는 글 솜씨에 자바카라을 할 때도 있다. 때론 비전공자가 이만하면 됐지 하며 위안 삼기도 하고,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플랫폼인데.. 생각하며 좀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바카라 한 권을 펴 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프로 엔잡러 대열에 합류하며 전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바빠졌다. 하지만 읽고, 쓰는 즐거움을 놓고 싶지 않아 쓰지 못할 거면 읽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바카라장을 기웃거렸다. 이 무렵 교류해 오던 은수 작가님이 온라인 글쓰기 수업을 여셨다. 나는 망설임 없이 수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바깥은 여름>은 내 글쓰기를 본 은수 작가님이 추천해 준 바카라이다. 바카라을 추천받고 다음날 바로 도서관을 찾았다. 울주군청 지하에 위치한 바카라마을 작은 도서관은 내가 종종 들르는 도서관 중 한 곳이다. 나는 주 2 회 울주군청 어린이집으로 영어 수업을 하러 가기 때문이다. 이날 바카라마을 도서관에 들어선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추천받은 바카라의 저자인 김애란 작가 특별전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어렵기 않게 <바깥의 여름>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소소한 우연이 무척 작위적으로 느껴졌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이런 우연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바깥의 여름>은 7개의 각각 다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입동

5번의 이사 후 간신히 아파트를 마련한 나와 아내, 그러나 행복도 잠시, 어린이집 후진 차량 사고로 어린 아들 영우를 허망하게 잃고 만다. 아파트 벽지를 고르며 행복해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렵게 얻은 아들을 떠나보낸 부부의 겨울, 아내는 마트에 갔다 10분도 안돼 돌아온다. 아내는 사람들의 시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결국 집으로 쫓기듯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슬픔을 견뎌 내기도 버거운 등장인물들이 세상의 서늘한 시선까지 버텨 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마음이 무거웠다.


노찬성과 에반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 찬성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버려진 유기견 에반을 만나 가족처럼 지낸다. 늙은 개 에반이 암에 걸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자, 찬성은 에반의 안락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전단지 알바를 한다. 하지만 돈이 모이자 소비의 유혹에 시달리며 차일피일 에반의 안락사 날짜를 미루게 된다. 그 사이 에반은 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는다.


건너편

노량진에서 함께 고시 공부를 하며 오랜 시간 연애한 도화와 이수. 도화는 먼저 경찰 공무원에 합격해 국가가 인정하는 온라인 게임인이 된다. 반면 이수는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지며 무기력감에 빠져있다. 그리고 도화 몰래 함께 살던 집의 보증금의 일부를 가져간 것까지 들키게 된다. 도화는 이수와의 이별을 결심한다. 보증금 사건이 이별의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사실 도화의 마음은 이미 지쳐있었다. 지겨움 일 수도 있고, 자신과 다른 처지의 이수를 향한 불안을 느꼈을 수도 있다. 현실적 문제에 생각한다면 도화의 결정이 이해된다. 이수와 도화의 이별 과정을 너무나 씁쓸하게 그려내 기억에 오랜 남을 것 같다.


침묵의 미래

전 세계의 사라져 가는 소수 언어들의 마지막 화자들을 모아 전시하는 박물관이 배경이다. 잘 이해되지 않아 다시 읽어 본 작품이다. 소수 언어들을 사용하는 화자들이 박물관에 모아 놓고 전시하며 관람객들과 그들의 언어로 대화한다는 설정이 독특했다. 그 이면에 인간의 이기심이 드러나기도 한다. "중앙은 멸종 위기에 처한 언어를 보호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단지를 세웠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것은 중앙에서 내심 바라는 바였다. 그들은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다.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모두 계산된 거였는지 몰랐다." 그럴싸하게 포장된 목적 아래 희생 되는 약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풍경의 쓸모

대학 시간강사인 정우는 정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 교수들의 눈치를 보며 버티고 있다. 어느 날 곽교수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운전하던 곽 교수가 사고를 내고 만다. 정우는 곽교수의 부탁으로 운전자 바꿔치기에 응한다. 정우는 정교수 임용을 위해 면접까지 마치고. 어머니, 가족들과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도 끝없이 연락을 기다리며 초조해한다. 모두 여행의 즐거움 빠져 있지만 정우의 신경은 온통 휴대전화에 가있다. 안타깝게도 정우는 임용에서 탈락하고 정우의 임용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인물이 바로 곽교수임을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이 얼마나 약아빠진 존재인지 새삼 느꼈다. 정우의 절박함을 이용한 곽교수는 결정적인 순간에 정우를 내친 것이다. 정우와 곽교수 둘 다 죄를 지었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하지만 곽교수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을까? 결국 정우를 임용에서 떨어뜨리는 비겁함을 택한다.


그 외에 가리는 손,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라는 제목의 두 작품이 더 있다.

처음 제목을 알고 여름처럼 싱그러움이 넘치는 소설일 거란 내 생각과는 반대로 상실의 아픔, 마음속의 갈등등의 우울함이 소설의 바탕에 깔려 있었다. 소설은 바깥이 여름이지만 안은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금 내 상황도 별발 다르지 않다.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꾸역꾸역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그럼에도 소설 보다 현실의 삶이 낫다 느끼는 건 그만큼 소설 속 이야기가 아팠기 때문이다.

갈 곳을 잃은 많은 이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 바라며 지금까지 <바깥은 여름>이었습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