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늘도 아들의 우주를 배웁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준이는 각종 영웅에 심취해 있다. 어벤저스, 파워레인저, 가면라이더 등 세상의 모든 영웅이 자신의 우상이다. 아직 스파이더맨을 제외한 다른 시리즈들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빠에게 쏟아낸 무수한 질문과 어벤저스 백과사전으로 이미 머릿속에 자신만의 거대한 영웅 세계를 구축했다.
우리 집 TV는 안방에 있다. 일곱 살 무렵부터 준이는 TV를 다 보고 나면 안방 문을 꼭 닫으며, 절대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했다. 그러고는 한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느 날,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방문에 슬며시 귀를 대 보았다.
으악! 윽! 억!
음? 문을 아주 살짝 열고 빼꼼히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넓은 침대 위에서 준이가 허공에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하다가 침대에 풀썩 쓰러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머, 쟤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땐 덜컥 겁이 났다. 남편에게 다급히 말했다.
자기, 준이가 이상해. 왜 저렇게 놀지? 혹시 애한테 폭력성이 있나?
남편 현이 역시 남자아이들은 다 똑같다며 씩 웃었다. 그러고는 지금 아주 중요한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니 조용히 하라며 속삭였다. 방금 TV에서 본 영웅이 아이에게 빙의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중이라고 했다. 본인도 어렸을 때 그랬단다.
악당을 물리치는 거라고? 와, 진짜 상상도 못 했다!
준이는 1학년이 되자 마침내 그 상대를 바꾸었다. 눈앞에 있는 아빠를 온 힘을 다해 넘어뜨리려 용을 쓴다. 아빠가 악당이 된 건지, 자신의 힘을 테스트해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에너지가 넘쳐나서 그런 건지 아빠에게 쉴 새 없이 달려든다. 마흔 중반의 불쌍한 아빠가 결국 소파에 쓰러져야 끝이 난다. 고기반찬이라도 잘해 먹여야겠다.
문 닫힌 방의 침대 위가 일곱 살 아이가 우주를 구하던 상상의 비밀 기지였다면, 지금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있는 아빠의 품은 준이가 거친 세상으로 나가기 전에 거치는 모험 세계인 셈인가 보다.
아들아, 엄마가 처음엔 많이 놀랐었다. 하지만 네가 없었더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낯선 아들의 세계를 이제는 조금씩 더 이해해 나가고 있단다. 엄마도 너라는 작고 근사한 영웅을 만나 매일매일 새롭게 자라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