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소녀들의 수다는 계속되었다
시누 언니의 딸, 나를 외숙모라고 부르는 초등학교 5학년 조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딸 나나보다 한 살 어린 아이다. 보통은 나나가 고모 집에 가서 사촌들과 1박 2일을 보내곤 했는데, 이번에는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소녀들의 완전체는 모두 세 명이지만, 중학생이 된 큰 조카는 주말에도 학원 일정이 꽉 차 있어 아쉽게도 함께 오지 못했다.
아이가 티 없이 참 예쁘다. 둘째 아이 특유의 해맑음이 있다. 우리 집에서 보니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언니와 놀겠다고 공기알도 챙겨 왔다. 거기에 남편 현이 '아리랑', '쓰리랑', '박수 아리랑' 등 화려한 옛 기술을 보여주며 슬그머니 가세했다.
지역마다 규칙도 다르니 현은 '연산동'에서는 이렇게 했다며 우기고, 조카는 '정자동' 규칙에는 그런 게 없다며 소소한 설전도 오간다. 그러다가 여기에서의 규칙을 정하자고 한다.
삼촌, 그런데 여기는 무슨 동이예요?
여기는 '동'이라는 게 없단다. '읍'이라고 하지.
자그마한 대화에도 웃음이 지어진다.
점심은 달콤짭조름한 간장떡볶이를 해 주고, 저녁 메뉴는 '어머님 찬스'를 쓴다. 명절마다 인기 1순위인 어머님표 김치찌개! 얼마 전 어머님이 한가득 싸 주셔서 얼려 놓았던 것을 끓여주니 밥도 싹싹 비워낸다.
시누 언니가 보내주신 초콜릿 케이크로 달달한 후식까지 챙긴 두 소녀들은 방에 들어가서 문을 꼭 닫고 계속 이야기하며 깔깔대기 바쁘다. 궁금하지만 사춘기 소녀들만의 비밀 이야기일 테니 짐짓 모르는 척 한다.
밤 9시, 아들 준이는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기가 센 누나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다 썼나보다. 남편 현도 놀아주느라 힘들었는지 금세 잠들었다. 하지만 방안의 이 초롱초롱한 소녀들은 여전히 속닥속닥거린다. 숨 죽여서 노는 게 다 티가 나서 그 모습조차 귀엽다.
나는 할 일이 남아 거실에서 노트북을 열었다. 10시에 나나가 방문을 살짝 열고 나를 살핀다.
나나야, 편하게 더 놀고 자. 오늘 밤은 자고 싶을 때 자도 돼. (엄마가 이렇게 허용적일 때 마음껏 즐기렴.)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은 아이들이 신이 났다.
11시가 되자 둘이 같이 물을 마시러 나왔다.
근데 너희 출출하지는 않니?
조금 배고파요.
과자 좀 줄까?
진짜요? 네!
평소에는 택도 없는 엄마의 제안에 나나가 입이 떡 벌어진다. 엄마가 이 시간에 과자를 준다고? 조카 역시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이 시간에 과자를 내어주는 외숙모라니,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봤지? 그리고 엄마에게는 절대 비밀이다.
나나야, 사촌 덕분에 밤중에 과자도 먹어본다. 그렇지?
아이들이 과자를 두 손으로 소중히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밤새 깔깔대고 수다꽃을 피우는 소녀들. 저 나이 때만 누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달콤하고 재미있을까?
조카야, 잊지 마! 내가 바로 밤 11시에 비밀 과자를 쥐어주는 외숙모란다. 그리고 비밀은 꼭 지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