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로그

추격

by천시록

《신의 로그》

PART 3 — 〈몽골〉


제15화 〈추격〉



사마르칸트가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도 제베와 수부타이의 군대는 좀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서쪽으로 움직이는 기병은 삼만이었지만 길 위를 메운 말은 그보다 몇 배나 많았다. 전투마 사이로 빈 안장을 얹은 예비마와 짐을 실은 말들이 뒤섞였고, 선두의 깃발이 지평선 가까이 작아진 뒤에도 후미에서는 말들이 끊임없이 밀려왔다. 수만 개의 발굽이 마른 땅을 두드릴 때마다 황갈색 먼지가 피어올라 군대의 허리와 꼬리를 삼켰으며, 바람을 타고 길게 풀려나가는 모습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대지 위로 거대한 말의 강 하나가 서쪽을 향해 흐르는 듯했다.


에센도 그 흐름 속에 있었다.


추격대가 편성되던 날, 수부타이는 사마르칸트 전투에서 십호장을 잃은 기병들에게 다른 부대의 생존자들을 붙여 에센을 포함한 열 명을 새로 묶었다. 칭찬도, 길게 이어지는 명령도 없었다. 누구의 말이 먼저 지치는지 살피고, 대열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는 말과 함께 아홉 명의 기병을 그의 뒤에 붙여주었을 뿐이었다.


금나라 원정 때부터 수부타이의 곁을 지킨 세월과 말에 대한 경험을 인정받은 것이었지만, 에센은 그것을 승진이라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자신이 잘못 판단하면 뒤따르는 사람과 말이 함께 길 위에 남는다는 사실부터 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른쪽 끝에서 달리던 말 한 필이 자꾸 보폭을 잃자 에센은 손을 들어 예비마를 붙이라고 지시했다. 병사가 대열 가장자리로 빠져 속도를 낮추자 동료 하나가 예비마를 가까이 끌고 갔다. 에센은 그가 말을 갈아타고 지친 말의 고삐를 챙겨 다시 대열에 붙는 것까지 확인한 뒤 앞을 바라봤다.


옆으로 말을 붙인 젊은 병사가 먼지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뜬 채 물었다.


“십호장, 그런데 정말 어디까지 가는 겁니까? 사마르칸트는 벌써 며칠 전에 보이지 않게 됐는데, 앞에서는 멈추라는 말이 한 번도 없잖습니까.”


에센이라고 답을 아는 것은 아니었다.


금나라 원정에서는 아무리 먼 길을 가더라도 언젠가는 성벽이 나타났다. 그곳에 닿으면 싸움이 시작되고, 성문이 열리거나 성이 무너지면 적어도 전투 하나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며칠을 달려도 앞에는 같은 길과 같은 하늘뿐이었고, 추격의 끝을 알려주는 것은 지도 위의 표시가 아니라 달아나는 사람 하나의 움직임이었다.


에센이 대답을 고르는 사이, 앞쪽에서 달리던 다른 십호장이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그걸 왜 에센한테 묻나? 술탄을 잡을 때까지 가는 거지. 놈이 바다로 뛰어들면 우리도 물가까지 가야 할걸.”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닷새쯤 지나자 아무도 그 말을 농담으로 기억하지 않았다.


말이 지치면 대열 가장자리에서 짧게 속도를 늦춰 예비마로 갈아탔고, 밤이 깊으면 잠깐 몸을 눕혔다가 별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일어났다. 어떤 날에는 안장 위에서 말린 고기를 씹는 것으로 끼니를 끝냈고, 물이 보이면 사람보다 먼저 말을 먹인 뒤 남은 것을 가죽부대에 채웠다. 대열의 속도를 늦추는 짐은 미련 없이 길가에 버려졌으며, 따라오지 못하는 말은 안장을 벗겨낸 뒤 무리에서 풀어주었다.


열흘이 지나고도 추격은 끝나지 않았다.


강을 건너고 도시를 지나 다시 황무지로 들어서는 동안 길의 모습도 달라졌다. 끝없이 펼쳐졌던 초원은 메마른 들판과 낮은 구릉으로 바뀌었고, 흙빛과 언어가 다른 마을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말발굽 아래에서는 마른 흙 대신 자갈이 튀기 시작했으며, 멀리 보이는 산맥은 하루를 달려도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길가에 남은 흔적도 조금씩 달라졌다.


어떤 마을에서는 술탄이 북쪽으로 갔다고 했고, 다음 마을에서는 남쪽 길로 떠났다고 했다. 갈림길마다 여러 무리의 발굽 자국이 겹쳐 있는 날이면 정찰대가 각각의 길로 흩어졌다. 뒤늦게 돌아온 보고에 대열 전체가 방향을 틀기도 했고, 급히 따라간 길 끝에서 술탄이 없는 작은 무리만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찾아낸 흔적은 이전보다 가까웠다.


며칠 전에 버려진 야영지 다음에는 하루 전의 불자리와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말똥이 나타났고, 어느 순간부터는 바람에도 가장자리가 무너지지 않은 선명한 발굽 자국이 이어졌다.


수부타이가 작은 야영지 터에서 말을 세운 것은 그 무렵이었다.


소수의 사람이 쉬다가 급히 떠난 듯한 자리에는 검게 탄 장작과 짓밟힌 짚, 흙 위에 겹쳐진 말발굽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손가락으로 발굽 자국의 가장자리를 문질러본 뒤, 장화 끝으로 검은 불자리를 천천히 헤집었다.


회색 재가 갈라지자 그 아래에서 붉은 점 하나가 드러났다.


바람이 스치자 죽은 줄 알았던 불씨가 아주 작게 빛났다. 가까운 곳에 떨어진 말똥도 겉만 조금 말라 있었고, 갈라진 안쪽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다.


수부타이는 손가락에 묻은 흙을 털며 말했다.


“반나절도 안 될지 모르겠군. 말 상태를 다시 보고, 물만 채우는 대로 출발한다.”


그 한마디가 전령을 통해 퍼지자 말에서 내려 물을 마시던 병사들이 다시 가죽부대의 입구를 묶었고, 땅에 몸을 눕히려던 사람들도 일어나 고삐를 잡았다.


추격당하는 쪽에서도 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함마드는 도시를 지날 때마다 새로운 말을 구했고,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과 필요 없는 짐은 뒤에 남겼으며, 자신이 향하는 길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렸다. 먼저 떠난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목적지를 말하게 했고,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는 병력을 나누어 여러 방향으로 발굽 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뒤에서 도착하는 보고는 갈수록 짧아졌다.


사흘 거리였던 것이 이틀이 되었고, 이틀은 하루로 줄었다.


어느 날 밤, 겨우 천막을 세우고 쉴 준비를 하던 무함마드에게 전령 하나가 거의 넘어질 듯 뛰어들었다.


“전하, 뒤쪽에서 사람이 돌아왔습니다. 몽골군이 어제 저희가 머물렀던 야영지까지 들어왔다고 합니다. 물만 채운 뒤 곧바로 다시 출발했답니다.”


천막 안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 신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하, 사람도 말도 더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두어 시간만이라도 제대로 쉬게 하지 않으면 내일부터는 따라오지 못하는 자가 더 늘어날 겁니다.”


무함마드는 대답하지 않은 채 전령의 얼굴을 바라봤다. 피부에 붙은 먼지와 말라붙은 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떨리는 어깨가 그가 전한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서 쉬다가 놈들에게 따라잡히는 것보다 길 위에서 말을 잃는 편이 낫다. 천막을 걷고 지금 출발한다.”


누군가 작게 숨을 삼켰지만 더는 반대하지 않았다.


쉬면 잡혔다.


달리면 적어도 다음 날까지는 살아 있을 수 있었다.


자신의 제국 안에서 쫓기던 술탄의 앞에 거대한 먼지구름이 나타난 것은 그렇게 여러 날이 흐른 뒤였다.


선두의 정찰병이 가장 먼저 그것을 발견했다.


“기병입니다! 앞쪽 능선 너머에 대규모 기병이 있습니다!”


호위병들이 일제히 칼을 뽑으며 무함마드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지평선 위로 솟아오른 먼지는 몇십 기가 일으킬 만한 크기가 아니었다. 능선을 넘어오는 기병의 행렬도 좀처럼 끝나지 않았고, 햇빛을 받은 창끝이 먼지 속에서 번쩍일 때마다 호위병들의 얼굴은 조금씩 굳어갔다.


무함마드는 뒤에서 자신을 쫓던 제베와 수부타이가 어느새 다른 길로 돌아 앞을 막았다고 생각했다. 도망칠 방향을 찾으려 고개를 돌리는 사이 바람이 평원을 세차게 훑고 지나갔고, 먼지구름 한쪽이 찢겨 나가듯 밀려나면서 높이 솟은 깃발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함마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몽골의 깃발이 아니었다.


호라즘의 깃발이었다.


그 뒤에서 또 하나가 올라왔고, 다시 하나가 나타나더니 마침내 능선 전체가 기병으로 채워졌다. 앞으로 내려오던 군대에서 술탄을 알아본 병사들이 창과 칼을 치켜들며 함성을 질렀고, 그 소리가 평원을 건너오는 순간 며칠 동안 앞만 보고 달아나던 무함마드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긴장이 풀렸다.


아들 루큰 앗딘이 이끄는 군대였다.


약 삼만의 기병.


불과 하루 전까지 무함마드의 주변에서는 사람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신하가 줄고 호위가 줄었으며, 어제까지 함께 달리던 얼굴이 오늘 아침에는 보이지 않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병사가 있었다.


창과 활과 깃발이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명령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루큰 앗딘은 말을 몰아 아버지 앞까지 다가온 뒤 안장에서 내려 한쪽 무릎을 꿇었다.


“늦었습니다, 전하.”


무함마드는 아들의 어깨 너머로 능선을 가득 메운 병력을 바라봤다.


“모두 네 군대냐?”


“페르시아 이라크의 병력과 오는 길에 합류한 사람들입니다. 아직 더 모을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군대는 저들이 전부입니다.”


무함마드는 잠시 말을 잊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제국의 일부가 눈앞에서 다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날 밤에는 오랜만에 술탄의 천막이 제대로 세워졌다.


장수들이 안으로 들어와 지도를 둘러쌌고 전령들은 다시 무함마드의 명령을 받아 사방으로 달려나갔다. 며칠 동안 안장 위에서 뒤를 돌아보며 결정을 내려야 했던 사람이 상석에 앉자, 장수들 역시 도망자를 호위하던 얼굴을 거두고 군주의 명령을 기다리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함마드는 루큰 앗딘에게 병력의 상태와 주변 지형,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차례로 물었다. 아들이 막힘없이 대답하는 동안 그의 손가락은 지도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고, 흩어져 있던 군대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도 하나씩 정해졌다.


달아나는 동안 잃어버렸던 목소리가 돌아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기다리던 보고가 들어왔다.


“몽골군이 옵니다.”


무함마드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얼마나 가까이 왔느냐? 제베와 수부타이가 함께 움직이는지도 확인했느냐?”


전령이 고개를 숙였다.


“선두는 확인했지만 뒤쪽은 아직 지평선 너머에 있습니다. 군세가 길게 늘어져 있어 전부 한꺼번에 도착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가장 앞선 것은 수부타이의 병력으로 보이고, 제베는 뒤쪽에서 따라오는 듯합니다.”


장수들 사이에서 낮은 목소리가 오갔다.


한 사람이 지도의 가장자리로 손을 뻗었다.


“전하, 저들이 우리를 따라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무리해서 달려온 겁니다. 사람도 지쳤을 것이고 말도 성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지금은 병력까지 떨어져 있으니, 제베가 합류할 때까지 기다려줄 이유가 없습니다.”


옆에 있던 장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부타이가 먼저 들어온다면 그 병력부터 꺾어야 합니다. 선봉이 무너지면 뒤따라오는 제베도 함부로 달려들지 못할 겁니다.”


루큰 앗딘도 지도 위로 몸을 기울였다.


“전하를 모시고 온 사람들도 지쳤습니다. 하지만 제가 데려온 병력까지 모두 같은 처지는 아닙니다. 어젯밤 말도 쉬게 했고, 저들보다 먼저 전열을 갖출 시간도 있었습니다. 수부타이가 단독으로 들어온다면 싸울 만합니다.”


무함마드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겁에 질린 사람의 말이 아니었다. 적의 상태와 자기 병력의 조건을 계산한 뒤 내린 판단이었다.


자신에게는 다시 삼만의 기병이 있었고, 적은 아직 전부 도착하지 않았다. 사마르칸트를 떠난 뒤 처음으로 숫자와 시간이 자신의 편에 서 있었다.


이제 달아나는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내 곁에 얼마나 남길 수 있느냐?”


“전하의 본진과 퇴로를 지킬 병력을 남기고도 수부타이의 선두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놈들이 예상보다 많다면 뒤에서 추가 병력을 붙이겠습니다.”


무함마드는 한동안 지도를 내려다보다가 손바닥으로 덮었다.


“좋다. 이번에는 우리가 기다린다.”


천막 안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모였다.


“수부타이가 먼저 온다면 제베가 도착하기 전에 꺾어놓는다.”



───



두 군대가 서로를 발견했을 때 해는 이미 평원 위로 높이 올라와 있었다.


호라즘 기병들이 넓은 땅을 가로질러 전열을 펼치자 수천 개의 창끝과 투구가 햇빛을 받아 길게 번쩍였고, 맞은편에서는 먼지를 뒤집어쓴 수부타이의 선봉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쪽도 상대의 정확한 숫자를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싸워보지도 않고 등을 돌릴 만큼 압도적인 차이는 아니었으며, 서로를 확인한 기병들은 말의 속도를 낮춘 채 좌우로 퍼지면서 충돌할 공간을 넓혀갔다.


에센은 적보다 자기 뒤를 먼저 확인했다.


“간격이 너무 벌어졌어. 오른쪽 둘은 안으로 더 붙어. 말이 처지는 사람은 지금 바꿔라. 싸움이 시작된 다음에 갈아타겠다고 버티다가 대열에서 떨어지면 아무도 데리러 가지 못한다.”


예전 같으면 자신도 저 명령을 듣고 움직이는 쪽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의 뒤에서는 아홉 명의 기병이 말을 움직였고, 누가 어느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그들의 목숨까지 달라질 수 있었다.


마지막 병사가 지친 말에서 예비마로 옮겨 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에센은 고삐를 짧게 잡고 적진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전열 사이에 펼쳐진 들판에는 성벽도, 해자도, 몸을 숨길 만한 언덕도 없었다.


옆의 병사가 마른 입술을 혀로 적신 뒤 땅에 침을 뱉었다.


“십호장, 이번 사람들은 우리가 다가가는데도 물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쪽에서 먼저 올 기세인데요.”


에센은 활줄을 손가락으로 눌러 탄력을 확인했다.


“우리도 저 사람들 눈에는 똑같이 보일 거야. 겁먹은 티를 내지 말고 앞사람의 등부터 놓치지 마. 부딪치고 나면 네 앞에 있던 사람이 어느 쪽에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병사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 말을 들으니 더 안심이 안 되는데요.”


에센이 대답하기도 전에 뿔나팔이 길게 울렸다.


양쪽 전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기 말의 발굽과 옆 말의 호흡이 따로 들렸지만, 속도가 붙을수록 소리들은 서로 뒤엉켰다. 수천 필의 말이 동시에 땅을 두드리자 평원 전체가 낮게 떨렸고, 몽골 기병들이 달리는 말 위에서 활을 들어 올리는 순간 호라즘 쪽에서도 검은 화살 떼가 솟아올랐다.


두 무리의 화살이 햇빛 아래에서 서로 엇갈리는 것을 본 에센은 몸을 낮추라고 외치며 말의 목 가까이 붙었다.


바람을 찢는 소리가 머리 위를 연달아 훑고 지나갔다.


바로 앞을 달리던 말 한 필이 갑자기 앞다리를 접으며 땅에 처박혔고, 안장 위의 기수가 허공으로 튕겨 나가자 뒤따르던 말들이 한꺼번에 좌우로 벌어졌다. 대열에 물결 같은 틈이 생겼다.


에센은 고삐를 틀어 쓰러진 말을 피한 뒤 자기 십호를 향해 소리쳤다.


“앞만 봐! 벌어진 사람은 안쪽으로 붙어!”


흩어지려던 기병들이 다시 모였다.


에센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호라즘 기병의 얼굴과 벌어진 입, 앞으로 겨눈 창끝까지 보일 만큼 거리가 좁혀져 있었다.


다음 순간 두 전열이 맞부딪쳤다.


말의 비명과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 사람들의 고함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앞줄이 뒤엉켰지만 호라즘군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먼저 달려온 기병이 밀려나면 뒤에서 새로운 말들이 곧바로 그 틈을 메웠고, 앞선 자들이 말머리를 돌려 다시 파고들면서 몽골 선봉을 정면에서 눌러오기 시작했다.


오른쪽에서 호라즘 기병들이 깊숙이 들어와 대열을 갈라놓자 에센은 본능적으로 수부타이의 깃발을 찾으려다가 시선을 돌렸다.


지금 먼저 찾아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내 쪽으로 붙어! 오른쪽 둘은 옆으로 돌아와! 혼자 빠지지 마!”


흩어진 기병 두 명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에센이 말을 몰아 그쪽으로 붙는 순간 앞을 달리던 병사의 말이 호라즘 기병의 말과 어깨를 부딪치며 크게 휘청였다. 기수의 몸이 안장 밖으로 거의 빠져나갈 만큼 기울었고, 그 틈을 본 적 기병 하나가 창을 낮춘 채 파고들었다.


에센이 말을 몰아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자 적의 창끝이 그를 향해 돌아왔다.


활을 들어 올리기에는 이미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창끝이 얼굴을 향해 뻗어오는 순간 몸을 뒤로 젖히자 차가운 쇠가 턱 아래의 공기를 가르고 지나갔다. 상대가 창을 거두기 전에 에센은 말머리를 옆으로 꺾었고, 그사이 다른 기병이 휘청이던 동료의 말고삐를 붙잡아 안쪽으로 끌어냈다.


에센은 적의 곁을 벗어나며 자기 병사들에게 외쳤다.


“옆 사람을 봐! 떨어지는 놈이 있으면 둘이 붙어서 빼내!”


한 명이 돌아왔고, 조금 뒤 다른 한 명도 대열에 붙었다.


자신의 십호를 다시 모은 에센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전방을 살피다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뒤로 밀리는 것은 자기 십호만이 아니었다.


처음 수부타이의 깃발이 서 있던 자리까지 적의 기병이 들어와 있었고, 그 깃발은 더 뒤쪽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선봉 전체가 밀리고 있었다.



───



본진에서 전장을 바라보던 무함마드도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며칠 동안 아무리 달려도 떼어낼 수 없었고, 도시 하나를 지나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하면 다음 날 다시 추격해온다는 보고가 도착해 자신을 길 위로 몰아냈던 군대였다.


그 군대가 지금은 호라즘 기병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전하, 보십시오. 저들의 깃발이 물러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밀고 있습니다.”


곁의 장수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전장을 가리켰다.


무함마드는 본진의 낮은 둔덕 위에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 전열을 살폈다. 호라즘의 깃발이 조금씩 전진하는 것은 분명했고, 수부타이의 선은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보다 뒤로 휘어져 있었다.


루큰 앗딘이 이끄는 오른쪽 날개도 적의 측면을 누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무함마드는 전령을 불렀다.


“왼쪽에 병력을 조금 더 붙여라. 하지만 전부 보내지는 마라. 수부타이의 전열이 끊어지는 순간 예비대를 한꺼번에 밀어 넣는다. 내 곁의 병력은 그때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본진에서 떨어져 나온 기병들이 전장으로 달려가자 앞서 싸우던 호라즘 병사들의 함성이 한층 커졌다. 새로운 병력이 옆과 뒤를 채우면서 몽골 선봉은 다시 몇 걸음의 공간을 내주었다.


무함마드의 입가에 오래간만에 웃음이 번졌다.


“결국 저들도 사람이었군. 계속 따라오기만 하기에 지치지도 않는 줄 알았다.”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쉴 틈 없이 달려온 수부타이의 병사들과 말은 지쳐 있었고, 제베의 후속 병력도 아직 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 반면 호라즘군은 전날부터 말에게 물과 먹이를 주었으며, 먼저 전열을 갖추고 기다릴 시간도 있었다.


지금까지 달아났다는 사실이 오늘의 패배를 뜻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부타이도 무너지고 있지는 않았다.


전열이 밀려나는 가운데서도 그는 흔들리는 한곳에 예비대를 모두 쏟아붓지 않았다. 물러나는 만큼 벌어진 간격을 좁히고 서로 떨어진 부대를 붙이면서 전선 전체가 한꺼번에 끊어지는 것만은 막고 있었다.


호라즘군이 승기를 잡았다고 믿으며 더 많은 병력을 앞으로 밀어 넣는 동안, 수부타이가 지키려는 것은 빼앗긴 몇 걸음의 땅이 아니었다.


제베가 도착할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할 전선이었다.


“왼쪽은 더 당겨서 가운데와 붙여라! 앞선 놈들을 깊이 따라가지 말고, 튀어나온 병력이 생기면 옆에서 잘라내!”


수부타이의 명령이 전령들을 타고 빠르게 흩어졌다.


에센도 자기 십호와 함께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는 아홉 명의 얼굴과 말의 상태를 모두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먼지 속에서 몇 사람이 남았는지 한눈에 세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기병 하나가 말에서 떨어지자 에센은 가까운 두 사람을 보냈고, 다른 한 명이 대열 바깥으로 밀려나면 직접 말을 몰아 그가 안쪽으로 돌아올 틈을 만들었다.


“혼자 두지 마! 둘이 붙어서 끌어내! 다친 건 뒤에서 살피고 지금은 사람부터 빼!”


자신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명령을 멈출 수 없었다. 입을 다물면 누군가 떨어져 나갔고, 시선을 한쪽에 오래 두면 반대편에서 또 다른 틈이 생겼다.


이제 에센은 자기 목숨만 지키며 싸울 수 없었다.


호라즘군의 압박은 좀처럼 약해지지 않았다.


마침내 적의 선두가 수부타이의 본진 가까이까지 파고들자 호위병들이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수부타이는 자신의 깃발을 향해 적의 기병이 유난히 몰려드는 것을 보고 손을 들어 막았다.


“내 깃발부터 내려라. 저들이 다른 곳보다 이쪽에 계속 몰리는 것은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옆에 있던 장수가 순간 그를 돌아봤다.


“깃발을 내리면 우리 쪽에서도 장군님의 위치를 놓칠 수 있습니다.”


“각 부대의 신호기는 그대로 둬라. 나는 왼쪽으로 옮긴다. 전령을 보내 장수들에게 알려라.”


높이 솟아 있던 수부타이의 깃발이 빠르게 내려갔다. 그는 호위병들을 이끌고 뒤쪽 대열을 따라 왼편으로 움직였고, 조금 전까지 깃발이 있던 자리를 향해 파고들던 호라즘 기병들은 주변에 뒤섞인 사람들 사이에서 목표를 놓쳤다.


수부타이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뒤에 남겨둔 병력 일부를 옆으로 돌려 깊숙이 들어온 적의 측면을 때리게 했고, 정면에서 힘으로 밀어내기보다 전열 밖으로 튀어나온 부분만 잘라내면서 무너지려던 선을 다시 이어 붙였다.


호라즘군을 밀어내지는 못했다.


몽골의 선봉은 여전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전열은 끊어지지 않았다.



───



제베의 후속 병력이 전장 가까이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먼지 속에서 뒤로 휘어지는 몽골의 전열이었다.


옆을 달리던 천호장이 전장을 확인하자마자 제베에게 말을 붙였다.


“장군님, 수부타이 장군의 병력이 예상보다 세게 밀리고 있습니다. 저 상태라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왼쪽으로 붙어 전열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베는 대답하지 않은 채 눈앞의 전장을 훑었다.


호라즘 기병들은 승기를 잡았다고 믿는 듯 병력을 계속 앞으로 밀어 넣고 있었고, 본진에서 새로운 기병이 떨어져 나와 수부타이를 향하는 것도 보였다.


그러나 물러나는 몽골군의 움직임은 제각각이 아니었다. 뒤로 빠진 기병들이 다시 간격을 맞추고 있었고, 벌어진 자리에는 다른 부대의 깃발이 들어갔다.


제베의 시선이 그 너머로 옮겨갔다.


아직 싸움에 들어오지 않은 상당한 병력이 남은 곳에는 다른 것보다 훨씬 높은 깃발 하나가 솟아 있었다.


술탄의 깃발이었다.


천호장이 다시 물었다.


“장군님, 어느 쪽으로 붙을까요? 수부타이 장군의 오른쪽이 가장 얇아 보입니다.”


제베가 손을 들었다.


“전장으로 붙지 않는다. 앞의 부대부터 오른쪽으로 돌리고, 뒤쪽도 같은 길을 따라오게 해.”


천호장은 잘못 들었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오른쪽으로 말입니까? 하지만 수부타이 장군이 밀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저쪽으로 돌아가면 한동안 혼자 버텨야 합니다.”


“나도 보고 있다.”


“그러면 어디를 치시려는 겁니까?”


제베는 말 위에서 몸을 돌려 멀리 솟은 깃발을 가리켰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수부타이를 구하는 게 아니다.”


그의 손끝이 술탄의 깃발에 멈췄다.


“저자를 잡으러 왔다.”


제베의 선두가 방향을 틀었다.


뒤따르던 기병들이 같은 궤적을 그리며 움직이자 길게 늘어졌던 대열 전체가 휘어지기 시작했고, 수만 개의 발굽 아래에서 피어오른 먼지구름도 전장을 비껴 커다란 호를 그렸다.



───



무함마드의 본진에서 제베의 병력을 발견했을 때만 해도 누구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한 장수가 먼지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하, 뒤따라오던 제베가 도착한 것 같습니다. 수부타이의 선봉이 저 정도로 밀리고 있으니 당연히 그쪽으로 붙을 겁니다. 제베까지 싸움에 들어오기 전에 수부타이를 더 세게 밀어야 합니다.”


무함마드도 같은 판단을 했다.


자신에게는 아직 전장에 내보내지 않은 기병이 있었고, 수부타이가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라면 제베가 도착하더라도 승부를 다시 맞춰볼 여지는 충분했다.


“앞에 전해라. 물러서지 말고 계속 밀어붙이라고 해. 수부타이부터 꺾어놓으면 제베가 도착해도 늦는다.”


명령이 전령을 타고 전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제베는 수부타이에게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전투 중인 부대의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선두의 말머리가 조금씩 옆으로 틀어졌고, 뒤따르는 기병들이 같은 궤적을 따라가면서 먼지구름도 길게 휘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제베의 군대는 전장 쪽으로 방향을 되돌리지 않았다.


수부타이와 싸우는 호라즘군의 옆을 지나 계속 더 깊은 곳으로 돌아 들어갔다.


무함마드가 먼저 이상함을 느꼈다.


“저들은 왜 아직 전장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냐? 측면을 노리는 것이라면 벌써 방향을 꺾었어야 하지 않느냐.”


곁의 장수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정찰병 하나가 말을 거의 넘어뜨릴 기세로 몰아 본진 앞에서 고삐를 잡아당겼다.


“전하! 새로 도착한 몽골군이 전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무함마드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그건 나도 보고 있다. 그래서 어디로 가고 있느냐?”


정찰병은 숨을 몰아쉬며 뒤쪽을 가리켰다.


“계속 이쪽으로 돌고 있습니다. 수부타이와 싸우는 병력도 지나쳤습니다.”


장수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먼지구름으로 향했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보였다.


제베의 기병은 호라즘군의 측면을 때리려는 것도, 수부타이의 전열을 구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전장 바깥으로 커다란 호를 그리며 더 깊숙이 돌아 들어오고 있었고, 그 궤적 끝에 있는 것은 호라즘군의 측면도, 루큰 앗딘의 전열도 아니었다.


술탄의 본진이었다.


무함마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저자가…… 나에게 오는 것이냐?”


장수 하나가 먼지구름의 방향과 거리를 눈으로 재다가 대답했다.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전하, 아직 거리가 있습니다. 본진에 남은 병력으로 충분히 전열을 만들 수 있고, 지금 수부타이는 거의 무너질 지경입니다. 앞쪽을 끝내고 병력을 돌리면 제베도 혼자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무함마드는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본진과 퇴로를 지킬 병력을 남겨두었고, 수부타이를 밀어붙이는 전선도 아직 살아 있었다. 제베의 병력이 본진에 닿으려면 넓은 평원을 더 돌아와야 했으며, 그동안 예비대를 꺼내 방어선을 만들 수도 있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전장에서는 호라즘군이 이기고 있었다.


그러나 무함마드의 시선은 더 이상 수부타이의 전열에 머물지 않았다.


사마르칸트를 떠난 뒤 지나온 길이 먼지 너머로 겹쳐졌다. 겨우 눈을 붙이려 하면 천막이 열렸고, 도시 하나를 지나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하면 다시 뒤에서 전령이 달려왔다. 길을 바꾸고 짐을 버리고 사람을 남겨두었으며, 말까지 몇 번이나 갈아탔는데도 제베와 수부타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자신은 다시 삼만의 군대를 손에 넣었다.


아들의 병력은 실제로 수부타이를 밀어붙이고 있었고, 자신이 내린 명령에 따라 호라즘의 깃발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제베는 멈추지 않았다.


동료 장수의 군대가 무너질 위험조차 중요하지 않다는 듯 전장을 지나쳐 곧장 자신에게 오고 있었다.


“전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이쪽 병력을 앞으로 세우면 됩니다. 제베가 바로 들이닥칠 수 있는 거리가 아닙니다.”


무함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장수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전하, 전장을 보십시오. 우리가 밀고 있습니다. 수부타이의 전열은 처음보다 훨씬 뒤로 물러났고, 조금만 더 밀면 가운데가 끊어집니다. 루큰 앗딘 전하의 오른쪽 날개도 아직 힘이 남아 있습니다.”


무함마드는 장수의 말대로 전장을 바라봤다.


호라즘의 깃발이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수부타이의 선봉은 분명히 밀리고 있었고, 남겨둔 병력으로 제베를 막으면서 앞의 전투를 계속 지휘한다면 승부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싸울 수 있었다.


이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무함마드의 눈에는 승리를 향해 움직이는 깃발보다 자신을 향해 휘어지는 먼지구름이 먼저 들어왔다. 제베가 이곳에 닿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본진을 지나 퇴로까지 돌아 들어가려면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 그리고 그보다 먼저 자신이 어느 구릉까지 빠져나갈 수 있는지만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계산됐다.


무함마드는 몽골군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병력을 도시에 나누었고, 정면 대결을 피했으며, 살아남은 군대를 다시 모을 수 있는 곳까지 물러났다. 지금도 본진을 지키며 싸우는 것과 군대를 보존한 채 다시 빠져나가는 것 가운데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려 했다.


그러나 판단 아래에는 다른 것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마르칸트에서부터 한 번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은 발굽 소리.


제베와 수부타이가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다는 사실.


그리고 수부타이가 밀리고 있는 순간조차 자신만을 향해 돌아오는 제베의 깃발이었다.


“전하?”


장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무함마드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아직 포위된 것은 아니었다. 전장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길은 비어 있었고, 그 길을 막은 몽골군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앞에서는 자신의 병사들이 싸우고 있었다. 호라즘군의 함성이 바람을 타고 본진까지 밀려왔고, 수천 필의 말이 땅을 뒤흔드는 진동이 발밑으로 전해졌다.


어딘가에는 아들 루큰 앗딘도 있었다.


자신이 기다리라고 명령한 뒤, 수부타이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무함마드의 시선은 함성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길가에 자신의 말이 서 있었다. 안장은 이미 얹혀 있었고 언제든 달릴 수 있도록 시종이 고삐를 쥐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는 퇴로가 필요할 때를 대비한 준비였지만, 지금 그 말은 전장에 남을 것인지 다시 떠날 것인지를 묻는 선택처럼 보였다.


무함마드가 말을 오래 바라보자 곁에 있던 장수도 마침내 그의 시선이 어디에 머물렀는지 알아차렸다.


“전하…… 설마 지금 떠나시려는 겁니까? 아직 군대가 싸우고 있습니다.”


무함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멀리서 다시 한번 호라즘군의 함성이 터졌다.


승기를 잡았다고 믿는 병사들의 목소리였다.


그 함성 사이로 제베의 기병이 일으키는 먼지가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무함마드의 손이 내려갔다.


고삐를 잡았다.



제15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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