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윤회

세 가지 능력을 잃어버리는 일

by김진환

6장. 윤회


세 가지 능력을 잃어버리는 일


카마스와미의 집에서 싯다르타는 오래 머문다.

생각할 수 있었고, 기다릴 수 있었으며, 굶을 수 있었던 사람.

처음에는 그 세 가지 능력으로 세계를 다룬다. 거래가 어긋나도 자신까지 흔들리지는 않는다. 돈을 잃어도 웃을 수 있고, 이익이 생겨도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는다.


상인의 일은 하나의 놀이와 같다.

돈은 계산할 수 있는 것이고, 거래는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세속의 사람들은 이익과 손실에 울고 웃지만, 싯다르타는 아직 그들 바깥에 서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오래 바라본 세계는 사람 안으로 들어온다.

놀이가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은 욕망이 되고, 욕망은 어느 날 필요가 된다.


싯다르타는 좋은 옷을 입는다. 좋은 음식을 먹고, 술과 향락을 즐긴다. 재산이 늘어나고, 거래는 더 커진다. 그는 세계에 능숙해진다.


동시에 작은 변화들이 시작된다.


한때 웃어넘기던 손실이 잠을 방해한다. 돈을 얻는 기쁨보다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진다. 즐거움은 더 자주 필요해지고, 같은 즐거움은 이전만큼 그를 채우지 못한다.

생각하던 사람은 계산한다.

기다리던 사람은 조급해진다.

굶을 수 있던 사람은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데 계속 허기진다.


헤세는 이 변화를 한 번의 추락으로 그리지 않는다.


싯다르타는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다. 악한 상인에게 속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강제로 타락하지도 않는다.


그는 조금씩 자신에게서 멀어진다.

매일의 작은 선택을 통해.


한 번 더 즐기고, 한 번 더 미루고, 한 번 더 자신의 불편한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 작은 반복이 삶의 방향을 바꾼다.


윤회는 죽은 뒤 다시 태어나는 일만이 아니다.

같은 허기를 다른 이름으로 반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돈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더 많은 돈을 원한다.

인정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더 큰 인정을 원한다.

성과로 불안을 없애지 못하면 더 높은 성과를 세운다.


문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데 있지 않다.

얻고도 끝나지 않는 데 있다.


5장이 창업가를 지켜 주는 세 가지 능력을 말했다면, 6장은 그 능력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묻는다.


잃어버리는 것은 돈이 아니다.

회사가 아니다.

아직은 사람도 아니다.

성공하는 동안 자신을 지켜 주었던 능력을, 성공 때문에 잃어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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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 익숙해지는 방


창업가의 방에도 윤회가 있다.


첫 매출이 생겼을 때는 오래 기뻐한다.

처음 투자받은 날에는 함께 버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첫 채용, 첫 번째 큰 계약, 처음으로 가득 찬 행사장. 하나하나가 우연처럼 고맙고, 다시 오지 않을 장면처럼 선명하다.


그러나 성과는 곧 기준이 된다.


지난달에 달성한 숫자는 이번 달의 출발점이 된다. 처음에는 감사했던 계약이 다음에는 당연한 실적이 된다. 한 번 투자받고 나면 다음 투자는 더 큰 기업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이 된다.

성과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성과를 느끼는 시간이 짧아진다.

전에는 계약서 한 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이제는 서명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고객을 생각한다. 투자가 확정되면 안도하지만, 며칠 뒤에는 다음 라운드의 조건을 계산한다.

도착한 자리에서 머무르지 못한다.

머무르지 못하니 도착했다는 감각도 없다.


성장은 반복될수록 축하가 아니라 의무가 된다.


어제까지 목표였던 숫자가 오늘의 최소치가 된다. 회사는 커졌지만 대표가 느끼는 부족함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정교해진다.

경쟁사의 투자 소식.

동종 업계의 기업가치.

누군가의 해외 진출.

더 젊은 창업가의 빠른 성장.


처음에는 고객의 불편이 보기 싫어서 시작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다른 회사의 숫자를 보며 자기 회사의 속도를 판단한다. 그때 사업은 고객의 문제를 푸는 일인 동시에, 자신이 뒤처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일이 된다.


나도 그 방을 안다.

숫자가 좋아지면 안도했다. 그러나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목표를 달성한 날에도 다음 목표를 정했고, 누군가의 인정을 얻은 뒤에는 더 어려운 사람의 인정을 원했다.

나는 앞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같은 자리를 더 큰 원으로 돌고 있던 때도 있었다.

부족해서 달렸다.

얻으면 멈출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얻고 나면 부족함의 이름만 바뀌었다.


돈이 필요했던 때에는 돈이 들어오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돈이 들어온 뒤에는 성장이 필요했다. 성장이 생기자 인정이 필요했고, 인정을 얻은 뒤에는 그 인정을 잃지 않는 일이 중요해졌다.

결핍은 해결되지 않았다.

옷만 갈아입었다.


창업가의 윤회는 실패와 재도전의 반복만을 뜻하지 않는다.

성공과 다음 성공 사이를 멈추지 못하고 도는 일일 수 있다. 무엇을 얻어도 충분하지 않아서, 다음 숫자를 향해 같은 불안을 반복하는 일이다.


외부의 평가는 잠시 불안을 덮어 준다.

그러나 덮인 불안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음 평가가 늦어지면 더 크게 돌아온다.


나는 어느 순간 묻게 된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가.

아니면 부족하다고 느끼는 방식만 성장하고 있는가.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일


싯다르타는 생각하는 능력을 잃는다.

머리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빠르게 계산한다. 거래의 위험을 파악하고, 사람의 욕망을 읽으며, 돈이 움직일 방향을 예측한다. 상인의 세계에서 그의 판단은 정교해진다.


그런데 계산이 생각을 대신하기 시작한다.


계산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장 유리한 답을 찾는다.

생각은 그 조건이 옳은지를 묻는다.


계산은 이 거래에서 얼마가 남는지를 묻는다.

생각은 왜 이 거래를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계산은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찾는다.

생각은 그 목표가 여전히 자기 것인지를 묻는다.


싯다르타에게 부족해진 것은 지능이 아니다.

자기 삶을 낯설게 바라보는 거리다.


처음 상인의 집에 들어왔을 때 그는 세속의 삶을 관찰할 수 있었다. 돈을 벌면서도 돈을 버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 반복한 삶은 배경이 된다.


익숙한 것은 좀처럼 질문되지 않는다.


창업가도 바빠질수록 생각하지 못한다.

회의는 늘고, 결정은 빨라진다. 보고받아야 할 숫자가 많아지고, 답해야 할 사람이 늘어난다. 하루에도 수십 번 판단하지만 정작 오래 생각할 시간은 줄어든다.

결정이 많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

판단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미 알고 있는 방식으로 답하게 된다. 전례를 따르고, 경험을 적용하며, 지난번에 통했던 방법을 반복한다.


회사 안에서 대표의 경험은 빠른 답이 된다.

빠른 답은 조직을 움직인다.

성과가 나면 그 답은 더 강해진다.

어느 순간 대표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빨리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 된다.

이것은 실행력처럼 보인다.


그래서 위험하다.


처음에는 시장의 문제를 풀었다. 나중에는 자신이 잘 푸는 문제만 시장의 문제라고 믿는다. 고객의 새로운 말이 들어와도 기존의 성공 방식으로 번역한다.


“그 고객도 결국 가격 문제입니다.”

“조금 더 설명하면 이해할 겁니다.”

“영업 인력만 늘리면 해결됩니다.”

“이전에도 같은 위기를 넘겼습니다.”


경험이 질문을 대신한다.

성공이 반론을 막는다.


심사 자리에서도 그 변화를 본다.


초기 대표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비교적 솔직하게 말한다. 고객이 왜 떠났는지, 어떤 가설이 틀렸는지, 무엇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는지 고민한다.

회사가 성장한 뒤에는 문장이 달라질 때가 있다.


모든 질문에 답이 있다.

제품을 묻으면 시장점유율로 답하고, 고객의 불만을 묻으면 성장률로 답한다. 조직의 문제를 묻으면 채용 계획을 말하고, 방향을 묻으면 기업가치를 말한다.

논리는 정돈되어 있다.

그러나 살아 움직이는 미래의 풍경은 흐릴 수 있다.


숫자는 계획을 보여 주지만 그 숫자 안에서 누가 무엇을 하고, 고객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대표에게 묻는다.

“지금까지의 성공을 모두 모른다고 가정하면, 지금도 같은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풀겠습니까?”

답이 바로 나오지 않는 자리가 있다.

실패해서가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성공했기 때문이다.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답을 많이 가진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 답을 다시 질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공한 방식까지 의심할 수 있을 때 생각은 아직 살아 있다.



기다리지 못하게 되는 일


싯다르타는 기다리는 능력도 잃는다.

처음의 그는 시간이 자기 선택을 위협하지 못하게 했다.

원하는 것이 오지 않아도 견딜 수 있었다. 당장의 결과에 자신을 팔지 않았고, 기회가 오기 전까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진 것이 늘어나면 기다림의 뜻이 달라진다.


없는 사람은 얻을 때까지 기다린다.

가진 사람은 잃지 않기 위해 기다리지 못한다.


재산이 생기면 손실이 두려워진다. 명성이 생기면 잊히는 일이 불안해진다. 성공이 생기면 성공하지 못하는 기간을 견디기 어려워진다.


기다림은 결과가 늦는 시간을 견디는 능력이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에게 결과가 늦는 시간은 곧 자신의 능력이 의심받는 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창업가도 처음에는 오래 기다린다.

제품을 만들고, 첫 고객을 만나고, 피드백을 받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동안에도 해야 할 일을 한다.

회사가 알려진 뒤에는 기다림이 어려워진다.

팀은 성장 계획을 기대하고, 투자자는 다음 지표를 묻는다. 시장은 계속 새로운 소식을 원하고, 대표는 이미 보여 준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느낀다.


정체는 실패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직 기다려야 할 것도 앞당긴다.


제품이 충분히 안정되기 전에 고객을 늘린다.

조직이 준비되기 전에 사람을 채용한다.

한 시장의 언어를 배우기 전에 다음 지역으로 확장한다.

신뢰가 쌓이기도 전에 추천을 요청한다.


돈을 받은 순간부터 시간을 산 것이 아니라 시간을 빚졌다고 느낀다.

속도는 빨라지지만, 회사가 배우는 시간은 줄어든다.


대표가 기다리지 못하면 조직도 기다리지 못한다.

팀원은 충분히 검토하기 전에 보고하고, 고객의 말을 끝까지 듣기 전에 해결바카라을 제시한다. 실패의 원인을 살피기보다 곧바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바쁜 조직이 된다.

그러나 바쁨이 언제나 전진을 뜻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기다릴 수 없어서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나는 심사 자리에서 묻는다.

“이 회사가 지금 가장 서두르고 있는 것 가운데, 사실은 시간이 필요한 일은 무엇입니까?”

질문 뒤에 침묵이 길어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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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러레이터 , VC/PE 투자심사역을 거쳐 자산운용사 임원 등으로, 투자와 창업 멘토를 해왔습니다. 투자자의 시선으로, 고전을 다시 읽고, 슬롯현상에 대해 관찰한 내용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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