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기보다 비워내기
아이들의 방학 안내서, 그 첫 번째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첫째 윤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저 역시 다른 부모님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방학만 시작되면 온갖 방학특강 스케줄을 짜 넣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요. 유명하다는 수학 학원의 도형 특강부터 문제풀이 특강, 영어 특강까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강좌들을 빽빽하게 채워 넣기 급급했습니다.
물론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았지만, 몸으로 겪는 고생도 꽤 컸습니다. 겨울방학에는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아침 일찍 아이를 등원시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고, 여름방학에는 뜨거운 낮 기온을 뚫고 학원으로 실어 나르느라 진이 다 빠지곤 했습니다.
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방학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학습 관련 특강은 주 1~2회짜리 딱 한 과목 정도만 가볍게 더 넣습니다. 대신 몸을 쓰는 운동 특강은 두 개까지 넉넉하게 채워줍니다. 아침에는 적당히 늦잠도 자게 두고, 평소보다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하도록 아이들의 고삐를 살짝 풀어주는 편이지요.
큰아이 윤이를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인 6학년까지 키워보니, 비로소 선명하게 깨닫게 되는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초등학교의 방학은 무언가를 억지로 채워 넣는 기간이 아니라, 온전한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촘촘히 짜인 학원 스케줄 사이에 가족 여행 일정을 끼워 넣는 일이란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학원 진도와 보강 날짜를 조율하느라 머리가 아플 때도 많지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어떻게든 일정을 조율해 방학 중 여행을 떠납니다. 부족한 진도는 보강으로 메우면 되지만, 아이들과 함께 넓은 세상을 누비며 추억을 쌓는 그 소중한 시간은 방학이 아니면 얻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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