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조작에서 시작한 우리 집 수학 루틴
지난 시간, 저는 모든 학습의 튼튼한 뿌리가 되는 '국어 문해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읽어내는 힘, 그 문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연산 속도가 빨라도 수학의 문장제 문제 앞에서 아이들은 길을 잃고 맙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저에게 있어 수학은 국어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버거운 산이었습니다. 학군지에 살면서 주변의 아이들이 선행 학습의 속도전에 뛰어들어 앞서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중심을 잡고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일은 매일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고통이었습니다. "남들은 다들 저만큼 나간다는데, 우리 준이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은 엄마인 저를 끊임없이 흔들어 놓았습니다.
준이에게 수학은 그저 숫자들의 나열이 아니었습니다.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사고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준이에게 수학은 그저 낯설고 두려운 '외계어' 그 자체였죠. 게다가 준이는 시지각과 소근육마저 또래보다 조금 느린 아이였습니다. 5세 무렵부터 '플레이팩토' 교구를 활용해 수학에 접근해보려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이의 울음과 저의 한숨뿐이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준이의 수학과 관련되어 제일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퍼즐'이었습니다. 5세 중반부터 6세 초까지, 아이는 시지각 발달을 위한 감각통합치료를 6개월간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 준이는 단순히 퍼즐을 맞추지 못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틀릴까 봐'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죠. 퍼즐 조각을 손에 쥐는 것조차 주저하던 아이를 보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수학은 머리가 아니라 손끝에서, 그리고 '안전하다'는 마음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우리는 가장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준이는 숫자 1부터 5까지 구체물과 숫자카드로 일대일대응부터 익혔고 그다음엔 1부터 10까지 배웠습니다. 보드게임 '할리갈리 링엘딩'과 12조각, 24조각짜리 뽀로로 퍼즐까지. 아이가 정답의 압박에서 벗어나, 수학적 도구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게 되기까지 준이와 제가 지나온 길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수학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기 위해 저는 크게 세 가지 축, 즉 '대수 파트', '기하 파트', '확률과 통계'로 나누어 전략을 짰습니다. 아이의 학습 방향을 잡기 위해 이 세 파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보려 합니다.
대수 파트는 연산이 가장 큰 축을 담당합니다. 연산에 문장제 문제가 더해지면 대수 파트의 심화 학습이 완성되지요. 흔히들 대수 파트의 심화는 곧 문장제 문제 해결력을 의미합니다.
기하 파트는 도형을 다룹니다. 3학년부터는 내용이 제법 만만치 않습니다. 도형을 돌리고 뒤집는 개념이 등장하면 아이들은 길을 잃고 헷갈려 하기 시작하지요.
마지막 확률과 통계 부분은 초등에서는 표와 그래프를 보고 자료를 정리하고 해석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면 됩니다. 준이의 경우, 표와 그래프는 시각 자료가 제시되어서 그런지 다른 영역에 비해 해결이 수월했습니다. ADD 아이들은 청각적 정보 습득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시각적인 자료가 제시되는 부분은 그래도 접근이 용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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