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내향적인

by쿼카의 하루

"지금 긴장한 거에요? 아니면 원래 그렇게 말수가 적어요?"


마주 보며 앉아 있던 사람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 사람은 자신을 점장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애써 침착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잔잔하게 웃었다. 그마저도 점수가 깎이는 요인이면 어쩌지하는 심정이었다.


"그래도 침착해 보이고 성격이 차분한 게 괜찮은 거 같아요. 저희 매장과 결이 맞을 거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 자기소개 글을 쓴 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 말을 들으니 불안한 마음 가운데 밝은 빛이 비치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넙죽 고개를 조금 숙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많이 잡아봐야 30대로 보였던 젊은 여자 점장님은 내게 앞으로 꼭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자신은 내가 마음에 들지만 지역의 매장을 총괄하는 매니저에게도 결재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결과적으로는 그 지역 매니저라는 분이 나를 두 달 후에 잦은 지각을 이유로 해고를 하게 된다.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던 두달 동안 그 짧은 면접의 시간이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가진 장점은 무엇이구나, 나는 이 매장에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동료들과 소통해야 하는가 같은 것들. 그런데 지각은 생각도 못한 변수였다. 정시 출근은 슬롯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침착하고 차분하며 성실해보이는 사람이 지각을 밥먹듯 한다는 것은 꽤나 모순적인 일이고, 그렇기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항상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두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마음이 세번 네번이 됐다. 그래도 3분 남짓의 지각이었다.


기껏해야 최저시급을 받고 하루에 5시간을 일하는 일터에 3분 정도 늦는 게 크게 문제되는 일일까 생각했던 것은 안일하고 거만한 생각이었다. 지금까지도 1시간 정도 걸리는 긴 통근 시간을 핑계삼기는 했지만, 그들이 나를 수습기간동안 계약 만료로 내보낸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갖지 않고 자숙하고 반성하는 마음이 든다.


직군에 따라 면접장에서 차분하고 온순한 태도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며칠 전 모 온라인 경제지의 신입 기자를 채용하는 면접장에 갔을 때는 반대 측면, 즉 내향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나쁘게 보였던 경우였다. 면접장에는 사무실 내부의 회의실같은 곳에서 진행됐다. 사무실에 있는 손님들을 받는 응접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면접장으로 들어갔는데 5명의 눈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희한하게 삐걱대는 소리를 내는 낮은 의자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라고 주변을 맴도는 말투로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시는 흰 머리의 중년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자 일단 면접 시작하기 전에 자기소개 한번 해보세요"


나이와 이름 그리고 사는 곳을 말해야 하나? 그냥 그 정도로 끝내고 싶었으나, 성의를 보여한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끌만한 이력과 경력사항을 말했다. 벌써부터 침이 바싹 마르고 땀샘이 개봉되는 것 같았다.


"기자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어떤 이유로 기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거에요?"


그러자 두서 없는 답변들의 향연이 내 입에서 펼쳐졌다. 내 인생에서 기자가 될 것이라고 상상해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이 질문의 답변 한마디에는 하얀 거짓말과 둘러대는 말들이 꽤 많이 필요했다.

"제가 원래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액티브하고 적극적인 성격입니다. 제 성격이 취재를 자주 하는 기자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과만을 말하면, 나는 모든 면접관들의 환심을 사는데 실패했다. 줄줄 흐르는 땀을 손으로 부산하게 훔치고 답변할 말을 빠르게 생각하느라 심하게 눈을 깜빡였다. 눈을 맞추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갈수록 말이 짧아지고 뒷말을 흐렸다. 대표님으로 보이는 그 중년 남자분 왼쪽에 앉아있는 분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셨다.


"기자라는 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고, 그들에게 말을 걸고 필요한 것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본인 생각하기에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아요?"


나는 정곡을 찔린 듯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뭐라고 기자가 되기로 원서를 접수했던 거지, 그리고 이곳 먼 서울 도심까지 와서 면접을 치르고 있는 거지, 짧은 순간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나는 이곳으로 오기까지 성남에서 만원 지하철을 타고 서서 이동하며 1시간 반을 태웠다. 만약에라도 앞으로 이 회사에 채용된다면 항상 그 시간의 곱절을 출퇴근에만 써야 한다. 성향이 맞지 않아 감정적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 출퇴근에 시간을 써야 한다니 그 정도로 이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요. 나중에 연락 줄게요"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일은 '조금' 하고 싶은 일이며,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면접관들이 나를 보는 시선만 보더라도, 이 업계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어느정도 판가름나는 것이다. 나는 이 일을 하면 안된다. 만약 운이 좋아 하게 되더라도 절대 이 일을 경험 이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나를 규정짓고, 나와는 떨어질 수 없는 어떤 덩어리가 있다. 바로 내향성이다.


"본인 성격이 너무 내성적인 거 아니에요?"


신문사 면접관이 했던 말이다. 나는 내성적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다. 내향성이라는 말은 있지만 내성성이라는 말은 없다. 내성적이라는 말 자체에는 내향성을 폄하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내성적이라는 말 뒤에는 내향성이 사람의 고유한 성격 특질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면접장에서는 애써 내향적인 성격을 숨기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그 성격의 장점을 잘 살려서 모두에게 그 장점을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채용이 됐을 때도 나처럼 내향성과 모순이 될만한 행동을 보여주지는 말자. 내향적인 사람이 잘하는 일이 있고, 그들만이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느끼며 할 수 있는 적합한 일이 있는 것이다. 외향적인 사람으로 보이려고 자신을 치장하지 말자. 내향성은 그 자체로 고유한 빛을 내는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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