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싫어서 붙잡은 문장들

내가 사랑한 문장이 독자의 시간을 빼앗을 때

byMiracle Park



#그 문장을 남긴 이유는 글에 필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까워서였다.


원고를 고치다가 문장 하나 앞에서 멈췄다. 표현도 좋고 리듬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그 문장을 완성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단어를 바꾸고, 어순을 뒤집고, 몇 번이나 다시 썼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문장을 얻었을 때는 혼자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문장을 지우자 글이 좋아졌다. 문단이 가벼워졌고, 하고 싶은 말도 선명해졌다.


나는 문장을 되살릴 방법부터 찾았다. 다른 문단으로 옮기면 어떨까. 조금 고치면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글을 살리려는 게 아니라, 내가 쓴 문장을 살리려 하고 있었다. 좋은 문장을 쓰는 것과 좋은 문장을 남기는 것은 다른 능력이었다.


# 1. 오래 쓴 문장일수록 버리기 어려운 이유

문장 하나를 완성하는 데 들인 시간은 작가만 안다. 떠오르지 않는 표현을 붙잡고 씨름한 시간, 적당한 단어를 찾으려고 고친 흔적, 마침내 원하는 문장을 얻었을 때의 만족감까지 모두 작가의 몫이다.


그러니 삭제는 단순한 편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문장과 함께 그 문장을 완성한 자신의 노력까지 사라지는 것 같다.


행동경제학에는 이와 연결되는 개념이 있다. 매몰비용 효과다. 이미 투자한 시간이나 비용이 아까워 더 이상 유리하지 않은 선택을 계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할 아크스와 캐서린 블루머는 1985년 발표한 연구에서 이러한 의사결정의 경향을 분석했다.


이 연구가 작가의 퇴고를 직접 다룬 것은 아니지만, 공들인 문장을 포기하기 어려운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제를 판단하는 기준이 현재의 가치에서 과거의 노력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 문장이 지금 필요한가?'라고 물어야 하는데 '이 문장을 쓰느라 얼마나 애썼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독자는 작가의 수고를 읽지 않는다. 완성된 원고를 읽는다. 작가가 세 시간을 들여 쓴 문장이라고 해서 독자에게 세 시간의 가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공들여 썼다는 사실은 그 문장을 남겨야 할 이유가 아니라, 그 문장을 쓸 수 있었다는 사실일 뿐이다.


# 2. 좋은 문장인데 왜 글을 망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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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전문작가. 현지 취재ㆍ르포ㆍ출간ㆍ강연으로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신비를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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