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사로잡으려던 욕심이 글을 망칠 때
가장 오래 고민한 첫 문장이 가장 먼저 사라졌다.
첫 문장을 쓰는 데 두 시간이 걸렸다.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다시 쓰고, 검색창에 ‘소설 첫 문장 명작’을 입력했다. 유명 작가의 문장을 읽으면 내 글에도 길이 보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읽을수록 내 문장은 초라해졌다. 누군가는 첫 줄부터 인생을 꿰뚫는데, 나는 세 줄을 써놓고도 독자를 붙잡을 자신이 없었다.
결국 이런 문장을 만들었다.
“인생은 언제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틀린 말은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그런데 내가 쓰려던 글은 공모전에 떨어진 뒤 원고를 다시 펼쳐보는 작가의 이야기였다. 인생 전체를 논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써야 할 이야기는 단순했다. 왜 내 글이 선택받지 못했는지 인정하기 싫었던 마음, 그럼에도 원고를 다시 읽어야 했던 순간이었다.
첫 문장이 거창해질수록 정작 써야 할 이야기는 멀어졌다. 그때 알았다.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좋은 첫 문장이 아니었다. 좋은 첫 문장을 가진 작가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 1. 첫 문장에 너무 많은 것을 맡겼다
첫 문장은 특별하다. 독자가 처음 만나는 문장이면서 작가의 실력을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한다고 믿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글을 발표할 때는 제목과 첫 문장이 독자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입구가 된다. 독자는 수많은 글 가운데 하나를 골라 읽는다. 작가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첫 문장에 온갖 역할을 맡긴다. 독자를 놀라게 해야 하고, 궁금하게 만들어야 하며, 글의 주제를 보여줘야 한다. 가능하면 웃음도 주고 감동도 줘야 한다. 마지막 문장까지 읽게 할 바카라임도 첫 줄에 떠넘긴다.
첫 문장 하나가 작은 홍보팀이 된 셈이다. 문제는 독자를 붙잡으려는 마음이 지나칠 때 생긴다. 글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대신 자신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혀 살아간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먼 타인이 된다.”
“성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잔인하다.”
문장만 떼어놓으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런 문장 뒤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는지 상상해 보자. 독자는 곧 질문하게 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첫 문장이 인상적인 것과 첫 문장만 인상적인 것은 전혀 다르다. 좋은 시작은 대단한 말을 들려주는 데 있지 않다. 독자가 다음 문장을 읽어야 할 이유를 만드는 데 있다.
# 2. 멋진 문장이 솔직한 고백을 가릴 때
공모전에 떨어진 작가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한다.
“공모전 결과를 확인한 날, 나는 내 이름이 없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조금 밋밋한 것 같다. 그래서 고친다.
“기대는 늘 이름표를 달고 찾아오지만, 실망은 아무런 예고 없이 문을 두드린다.”
한 번 더 고친다.
“사람은 자신이 믿었던 가능성의 장례식에서 비로소 자기 얼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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