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재물은 저자의 실제 경험과 법적 대응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 및 실전 매뉴얼입니다. 다만, 관련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원활한 내용 전달을 위해 등장인물의 가명 처리, 직업 및 직바카라, 사건 발생 일시와 일부 정황 등은 특정할 수 없도록 각색되었음을 알립니다. 아울러 본 글은 특정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없으며, 학교폭력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학부모님들에게 공익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학폭위 심의 2분 전에 도착한 CCTV는, 그동안 우리 가족을 얽매고 있던 ‘가해 관련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준 결정적 증거였다.
극적인 2분 전 CCTV의 도착으로, 우리는 심의 장소로 이동하는 중 급하게 영상을 확인하였습니다. 선임한 변호사도 실제로는 스텔라가 본 사건의 일정 장소에서 구경하거나 지켜봤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CCTV 속 스텔라는 A씨(가명)와 찬우(가명)가 주장하는 가해 장소와 물리적으로 상당히 먼 거리에 있었습니다.
변호사는 영상을 확인한 뒤 조용히 이야기했습니다.
"아버님. 이 사건은 정말로 억울한 사건이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제 마음속 깊이 눌려 있던 무언가가 조금은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 CCTV를 심의위원들이 제대로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미 학교에서는 해당 CCTV를 제출하지 않다가, 저의 민원 제기 이후 늦게나마 제출을 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심의위원들이 이 영상을 충분히 검토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설령 보았다 하더라도 누가 스텔라인지 정확히 식별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전략은 명확했습니다.
심의위원들에게 이 CCTV를 직접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스텔라는 명백하게, 물리적으로, A씨와 찬우(가명)가 주장하는 가해 장소에 단 1mm도 접근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마침 이 교육청 학교폭력대바카라심의위원회에는 스텔라도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학폭 심의 참석이 강제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가 직접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거나,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내용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면 참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심의위원들은 여러 질의를 통해 학폭 사안에 대해 심
의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옵니다.
학폭 사안은 이미 학교의 조사 내용과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의 조사 내용, 그리고 사안 개요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상태에서 심의가 진행됩니다. 즉, 학폭 심의위원회에 참석한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뒤집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 즉 Smoking Gun이 없다면 사실상 요식행위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내 아이가 억울한 상황이라면, 현재까지의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반전의 증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스텔라에게 그 Smoking Gun은 CCTV였습니다. 그리고 그 CCTV는 우여곡절 끝에 심의 2분 전에야 손에 들어왔습니다.
학폭 심의는 가해 관련자와 피해 관련자, 그리고 각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심의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피해 및 가해 관련자의 순번에 따라 약 30분 정도의 시간을 기준으로 심의 및 질의가 진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심의 장소에서 피해 관련자와 가해 관련자, 그리고 각 학부모들이 한자리에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자리에서 심의위원은 각 관련자와 학부모에게 사전에 검토한 자료를 근거로 질의합니다. 그리고 각 관련자 간 내용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며 진위를 파악합니다. 따라서 심의 때 새로운 이야기를 하거나, 실제 발생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텔라의 심의 순번은 이 글에서 특정하지 않겠습니다. 앞의 인원들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였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스텔라에게는 CCTV라는 든든한 물증 하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인 안도감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심의위원들이 CCTV를 제대로 보았는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학교 측에서 늦게나마 CCTV를 제출하였을 수는 있지만, 그 영상에서 누가 스텔라인지는 알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심의위원이 가지고 있는 CCTV는 여러 아이들이 함께 보이는 영상 그 자체입니다. 즉, 누가 찬우(가명)이며, 누가 민재(가명), 호민(가명), 준영(가명), 윤아(가명), 민아(가명), 은혜(가명)인지 식별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예상되는 인물”이라고 추정하며 분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정상적인 경로로 반출된 마스킹 CCTV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됩니다. 스텔라를 제외한 다른 인원은 마스킹 처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누가 스텔라인지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법적으로도 스텔라의 현장 부재를 강조할 수 있는 강력한 물증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심의위원들이 스텔라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CCTV를 보았거나, 혹은 자료 제출이 늦어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태라면, 피해 관련자인 찬우(가명)와 A씨가 선임한 대형 로펌의 주장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스텔라와 질의를 하는 적절한 타이밍에 CCTV를 직접 공개하여, 스텔라가 본 사안과 관련이 없음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의위원장이 자리에 도착했습니다. 소문으로는 경찰로 정년퇴임을 한 뒤, 학폭 심의위원장으로 역임되었다고 했습니다. 위원장은 서류를 들고 자리에 착석한 뒤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법령의 절차에 따라 기피 신청 및 유의 사항에 대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본 학교폭력대바카라심의위원회 참석 위원 중에서 이번 심의에 대해 공정한 심의를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위원이 있으면 기피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위원장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안내하였습니다. 발언하기 전에는 의사를 밝히고 위원장의 동의를 구할 것.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욕설, 폭언, 폭행을 하지 않을 것. 심의 중 알게 된 모든 사항에 대해서는 비밀을 유지할 것. 마지막으로 본 심의는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A씨와 대형 로펌의 주장대로라면, 스텔라는 찬우(가명)를 운동장 정자로 끌고 가 집단 폭행을 한 구성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심의위원 중 한 명은 사안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사안의 개요를 읽었습니다.
"0월 00일 점심시간, 은혜(가명)가 피해 학생 찬우를 보자 ‘쟤 잡아!’라고 소리쳤고, 이에 스텔라, 민아(가명), 윤아(가명)가 뛰어가 피해 학생의 팔을 붙잡아 도망가지 못하게 막음. 이후 민재(가명), 호민(가명), 준영(가명)이 1차로 폭행을 가했으며, 이어서 아이들이 피해 학생을 운동장 정자로 끌고 가 은혜의 지시 아래 집단으로 지속적인 폭행을 가함."
위원장은 스텔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질문을 했습니다.
"스텔라 학생. 이 사안에 대해 알고 있나요?"
스텔라는 떨리는 입으로 "아니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스텔라 학생. 이 사안의 개요를 읽은 적이 있나요?"
"네. 며칠 전 아빠가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스텔라는 이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안이 발생했을 그 시각, 스텔라는 제3의 장소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텔라가 “안다”라고 답하는 것은 오히려 사실과 다른 답변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명백하게 현장에 없었던 상황이라면, 본 내용을 “모른다”라고 답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행동이었습니다.
그 뒤 위원장은 두 번째 질문을 합니다.
"학생. 혹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던가요?"
여기서 스텔라는 "아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저는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위원장님! 잠깐만요."
분명 스텔라는 A씨가 작성한 사안의 개요와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긴장한 나머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아니요"라고 답한 것입니다.
이에 변호사는 곧바로 설명을 보탰습니다.
"아이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답변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위원장은 저와 스텔라를 보더니, "좋아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구체적인 질문을 할 때 함께 답변해 주면 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여러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문: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할 것.
답: 점심때 아이스 홍시가 나옴. 빠르게 먹고, 벚꽃 정자에 세아(가명)와 춤 연습을 하였음. 그러다 다른 친구가 와서 벚꽃 정자에서 놀고 싶다고 하여 친구에게 양보하고 주차장으로 갔음. 주차장에 갔는데 O학년 선생님이 다른 곳에서 놀라고 해서 자리를 이동하여 춤 연습을 하다 교실로 들어감.
문: 벚꽃 정자에서 놀 때 찬우(가명)나 은혜(가명)를 본 적 있나?
답: 아니요.
문: 찬우(가명)를 알고 있나요?
답: 알고는 있습니다.
문: 찬우(가명)하고는 어떤 관계인가요?
위원들은 순간 스텔라와 찬우(가명)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듯하였습니다.
마치 무언가 짜 맞춘 퍼즐 조각처럼.
"위원장님! 잠깐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저는 특정한 방향으로 질문이 이어지는 듯한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한 위원은 "일단 관계만 확인하고자 합니다"라는 말로 저의 발언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보호자분들은 발언 기회를 얻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CCTV가 있으니 편하게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듣고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위원들은 CCTV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스텔라는 현 상황이 어떤지 확인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했습니다.
"4학년 때 처음 같은 반이 되었어요. 같이 논 적은 없고 이름밖에 몰라요."
이후에도 여러 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습니다.
문: 점심시간 때 종 치고 바로 들어갔나?
답: 춤 연습 후 종 치고 바로 들어갔음.
문: 찬우(가명)가 학생에게 "너 나한테 왜 그랬어?"라고 이야기했는지?
답: 그런 적 없어요.
문: 찬우(가명)가 평소 친구들에게 "쓰레기", "악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지?
답: 아니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추후 행정소송 때 스텔라를 공격하는 항목이 됩니다.
스텔라는 이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대신 제가 들은 것은 아니고, 찬우(가명)가 다른 친구에게 ‘너는 애미, 애비도 없냐’라고 이야기하는 건 들었어요."
심의위원은 두 가지 쟁점에 대해 확인하려는 듯했습니다.
첫 번째는 찬우(가명)와 스텔라가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인지 여부였습니다. 두 번째는 스텔라가 실제 가해 장소에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이미 짜인 프레임 속에서는, 찬우(가명)와 스텔라가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찬우(가명)의 괴롭힘에 스텔라가 가담했다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텔라는 명확히 밝혔습니다. 찬우(가명)에 대해 소문은 들었을지언정, 직접 접하거나 알게 된 것은 4학년 때 같은 반이 된 이후였다는 것입니다.
이후 심의위원은 가해 장소에 있었는지, 가해 장소에서 어떤 행위를 보았는지 등을 질의하였습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스텔라는 "아니요" 혹은 "모릅니다"라고 답변하였습니다.
그 사유는 명확합니다.
스텔라는 그 장소에 존재하지 않았고,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스텔라에게는 그 어느 무기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심의위원은 판사나 검사가 아닙니다. 교육청의 취지 역시 가해자의 교화와 피해자의 보호라고 설명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 교육청의 조치결정을 받는다는 것은 학교생활과 이후 상급학교 진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떻게든 "몰라요" 혹은 "안 했어요"라고 방어적으로 답하게 됩니다. 심의위원은 그 틈에서 아이의 대답이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질문을 잘못 이해하거나, 긴장해서 엉뚱한 답을 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교육적 목적의 절차라고 하지만, 실제 질의응답의 분위기는 조사 절차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심의위원 중에는 전직 경찰관이나 현직 변호사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관련 학생이 무조건 억울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습니다. 아주 무미건조하게, 자료와 진술을 기준으로 판단하려 합니다.
그러니 믿을 수 있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물증입니다.
이미 담임 선생님은 스텔라가 무고하다는 정황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상황이 학교 자체 조사와 전담 조사관의 조사 결과로 연결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전담 교사의 대응이 충분히 협조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웠고, 조사관 보고서나 자체 심의 자료 역시 학부모가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자료였습니다.
결국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질의가 이어지는 중간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잠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위원장은 저를 쳐다보더니 "네. 말씀하세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왠지 귀찮은 듯했습니다. 아마 일반적인 가해 관련 학생의 부모가 늘 이야기하는 감정적인 호소를 들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대부분 "내 아이는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혹은 "친구들과 놀다 보니 딱 한 번 실수한 겁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보통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물증이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우선 우여곡절 끝에 CCTV가 심의위원회에 늦게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도 CCTV를 이 자리에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본 심의 2분 전, 스텔라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마스킹 처리된 상태로 CCTV를 확보하였습니다. 지금 위원님들께서는 워낙 화면이 작기 때문에 CCTV에서 누가 스텔라인지, 누가 찬우(가명)인지 구분하기 어려우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시다면 제가 단 2분만 재생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원장은 잠시 저를 바라보다가 이야기했습니다.
"좋습니다. 우리도 CCTV는 충분히 보았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가져오셨다 하니 짧게 재생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16배속으로 재생하겠습니다."
조명을 끄고, 스크린이 내려왔습니다.
저는 제 노트북에 HDMI 케이블을 연결하여 동영상 파일을 조회하였습니다.
벚꽃정자 여학생.MP4
마우스 몇 번을 클릭하여 동영상을 준비하는 동안 변호사도 저의 이야기에 좀 더 첨언을 하였습니다.
"일단 저희 주장의 요지는 은혜(가명)가 해당 아이를 끌고 다니는 근처에 간 적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 CCTV를 보시면 스텔라만 마스킹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스텔라는 본 사안과 관련 없는 장소인 벚꽃이 있는 정자 주위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 오른쪽 건물이죠."
다들 침을 삼키며 CCTV 영상을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0:00분(사건 특정 불가를 위한 시간 마스킹 처리), 시간 특정을 하지 않기 위해 본 글에서는 마스킹 처리하겠습니다. 그 시점에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마스킹되지 않은 스텔라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지금 걸어가는 아이가 바로 스텔라입니다."
위원들은 놀라는 듯했습니다.
그저 운동장 한가운데서 아이들과 휩쓸려 팔을 당기고 때리는 아이 중 한 명이 스텔라일 것이라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 사안이 발생하는 그 순간에도, 그리고 사안이 끝난 그 순간에도, 스텔라는 친구와 춤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변호사는 다시 한번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이 스텔라는 본 사안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벚꽃 정자에 계속 머물러 있었고, 그 아이들 문제가 있었던 장소 주위에는 간 적이 없습니다."
위원장은 다소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당연히 심의위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표정을 고치며 위원장은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었습니다.
"알겠습니다. 보호자님. 요구사항만 간략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스텔라의 엄마가 입을 열었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오늘 저희가 추가로 제출한 서류를 보시면 알겠지만, 스텔라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상담까지 받았습니다. 저희 부부는 스텔라의 정신 건강을 염려하여 모든 정보를 차단한 상태였습니다. 사안의 개요를 읽을 때도 아이가 얼마나 이해하는지 묻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4학년 아이가 겪기에는 너무나 힘든 순간입니다. 아이는 밤에 잠을 자지도 못합니다. 심지어 자기를 나쁘게 진술했던 친구들, 그중 한 명은 스텔라의 짝꿍이기도 했습니다. 학교도 싫고, 선생님도 싫다는 아이입니다. 본인이 잘못하지도 않았고, 이 자리에 올 일도 없는데 왜 도대체 이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원들께서는 이 자리에 스텔라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후 위원장은 심의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심의 결과는 서면으로 통지드리겠습니다. 불복 절차에 대해서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궁금한 사안이 있으면 전화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고, 이제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심의실을 나왔습니다.
끝난 것 같았지만, 정말 끝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스텔라의 사안은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되어 서면으로 회신되었습니다.
CCTV와 증언을 토대로 확인 결과 본 사안과 관련 없음으로 판단됨.
이 한 줄을 듣기 위해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행정 문서 속 한 문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아이가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문장이었습니다.
CCTV와 증언을 토대로 확인 결과, 본 사안과 관련 없음.
그 문장은 스텔라가 가해 장소에 없었다는 사실을 공식 문서 안에 남겨주었습니다. 우리가 밤새 확인했던 CCTV의 의미가 처음으로 제도 안에서 인정받은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불복 절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 결과를 회신받은 뒤, 정해진 기간 안에 상대방이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조치 없음이라는 한 문장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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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학폭위 심의, 어떻게 방어해야 할까?
교육청 학폭 심의 시, 학폭 심의위원의 여러 질문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정말 억울한 학폭 사건이라면 아래의 사항을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1. 심의위원의 질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라.
심의위원들은 전직 경찰관, 현직 변호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될 수 있으며, 이들은 사건을 조사하듯 매우 객관적이고 건조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질문 속에는 이미 상대방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프레임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당황하여 질문을 잘못 이해하거나, 특정한 방향의 질문에 말려들지 않도록 사전에 예상 질문을 연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여 답변하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은 "모릅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보지 못한 것은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2. 감정적 호소보다 명확한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라.
심의위원들은 수많은 학부모들의 감정적인 호소를 듣습니다. "우리 아이는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라는 말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스텔라의 사례처럼, 빔 프로젝터를 통해 CCTV와 같은 시각적인 물증을 직접 보여주며 아이의 알리바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말보다 강한 것은 물증입니다. 감정은 흔들릴 수 있지만, CCTV 속 시간과 위치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3. 전문가의 조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라.
아이가 억울함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현장 부재와 같은 핵심 쟁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와 함께 작성한 의견서와 심의 현장에서의 적절한 개입이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변호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부모가 모은 증거, 부모가 확인한 동선, 부모가 밤새워 확인한 CCTV가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의 역할은 부모가 모은 무기를 심의위원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스피커 역할에 가깝습니다.
1부가 종료되었습니다.
억울한 학폭으로 고통받는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계속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행정심판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