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사이징을 너무 늦게 배웠다

같은 손절이라도 얼마를 걸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거래가 된다

by포스포르

트레이딩을 공부할 때 사람들의 관심은 대체로 진입과 방향에 먼저 쏠린다. 어디에서 사고 어디에서 팔 것인지, 어떤 조건에서 롱을 보고 어떤 조건에서 숏을 봐야 하는지, 지지와 저항은 어디인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실제로 계좌를 오래 운영하려면 그보다 먼저 배웠어야 할 것이 있었다. 포지션 사이징, 다시 말해 한 번의 거래에 얼마를 실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이상하게도 이 부분은 트레이딩을 꽤 오래 하고 난 뒤에야 중요성을 제대로 느꼈다.


예전의 나는 포지션 크기를 꽤 단순하게 결정했다. 확신이 강하면 많이 들어가고, 애매하면 조금 줄였다. 혹은 계좌의 일정 비율을 정해두고 매번 비슷한 금액으로 진입했다. 겉으로 보면 나름 일관된 방식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있었다. 거래마다 손절까지의 거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거래는 진입가에서 손절까지 0.5%밖에 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거래는 구조상 2% 정도의 여유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두 거래에 같은 금액을 넣으면 실제 위험은 전혀 달라진다. 두 번째 거래에서는 가격이 손절까지 움직였을 때 첫 번째 거래보다 훨씬 큰 손실이 발생한다. 결국 내가 같은 크기로 베팅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뿐 실제로는 거래마다 전혀 다른 수준의 위험을 감수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걸 이해하고 나서부터 포지션 사이징은 단순히 ‘얼마를 살까’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를 일정하게 만드는 기술로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계좌에서 한 번의 거래로 감당할 손실을 정한다. 그다음 차트 구조를 보고 손절 위치를 잡는다. 마지막으로 진입가와 손절가 사이의 거리를 계산해 그 손실 범위 안에 맞도록 포지션 크기를 역산한다. 순서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포지션 크기를 먼저 정하고 손절을 끼워 맞췄다면, 이제는 손절을 먼저 정하고 포지션 크기가 그 뒤를 따라오게 된다.


이 방식은 특히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트레이딩에서 중요하다. 많은 사람은 레버리지 숫자 자체를 위험의 크기라고 생각한다. 5배는 비교적 안전하고 20배는 위험하다는 식이다. 물론 레버리지가 높아질수록 청산 가격이 가까워지고 실수의 여지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실제 계좌 위험을 결정하는 것은 레버리지 하나만이 아니다. 얼마의 포지션을 잡았는지, 손절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손절을 지키는지가 함께 작용한다.


가령 같은 계좌에서 10배 레버리지를 쓰더라도 포지션 크기를 작게 잡고 손절을 짧게 두면 계좌 전체의 손실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3배 레버리지라도 계좌 대부분을 포지션에 넣고 손절을 멀리 둔다면 실제 위험은 훨씬 커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했느냐보다 손절이 발생했을 때 계좌에서 실제로 얼마를 잃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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