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보다 중요한 숫자가 있다

맞았을 때 얼마나 벌고 틀렸을 때 얼마나 잃는지가 중요했다

by포스포르

트레이딩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승률이라는 숫자에 꽤 집착했다. 열 번 거래해서 일곱 번, 여덟 번 맞히는 전략이라면 당연히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절반 이상 손절하는 전략은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도 승률은 늘 강한 숫자였다. “승률 80% 전략”, “10번 중 9번 맞는 자리” 같은 표현은 사람을 끌어당기기 쉽다. 돈을 걸고 틀리는 경험이 불편한 인간에게 높은 승률은 단순한 성과 지표를 넘어 안정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매매를 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생겼다. 꽤 자주 맞히고 있는데도 계좌가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 작은 수익을 여러 번 쌓다가 한 번의 큰 손실로 상당 부분을 반납하는 일이 반복됐다. 반대로 승률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데도 장기간 꾸준히 계좌를 키우는 트레이더들도 있었다. 그 차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승률만으로 트레이딩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알게 되었다.


가장 단순한 예를 생각해보면 금방 보인다. 열 번의 거래 가운데 여덟 번을 맞혀 매번 1만 원씩 벌고, 두 번 틀렸을 때 각각 5만 원씩 잃는다고 해보자. 승률은 80%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훌륭한 전략처럼 보이지만 실제 결과는 8만 원을 벌고 10만 원을 잃었으니 2만 원 손실이다. 반대로 열 번 가운데 네 번밖에 이기지 못하더라도 이길 때마다 3만 원을 벌고 질 때 1만 원씩 잃는다면 결과는 12만 원 수익과 6만 원 손실, 최종적으로 6만 원의 이익이 남는다. 승률은 40%에 불과하지만 계좌는 성장한다.


결국 트레이딩에는 승률과 함께 반드시 봐야 하는 다른 숫자가 있었다. 손익비였다. 한 번 틀렸을 때 잃는 금액을 1이라고 한다면, 맞았을 때 평균적으로 몇 배를 벌 수 있는지 보는 것이다. 흔히 1대2, 1대3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2를 얻을 수 있는 거래라면 손익비는 1대2가 된다. 물론 실제 시장에서는 항상 목표가까지 정확하게 도달하는 것도 아니고, 분할 익절이나 수수료, 슬리피지까지 고려하면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그래도 기본적인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트레이딩의 결과는 얼마나 자주 맞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나니 높은 승률에 대한 집착이 왜 위험할 수 있는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승률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수익을 아주 빨리 확정하고 손실은 오래 버티는 것이다. 가격이 조금만 내 방향으로 움직이면 바로 익절해서 승리 하나를 기록하고, 반대로 움직이면 되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대부분의 작은 움직임은 언젠가 반등이나 조정을 주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한동안 놀라울 정도로 높은 승률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한 번 가격이 돌아오지 않는 거래가 나오면 이전의 작은 수익을 한꺼번에 반납하게 된다. 높은 승률이 오히려 큰 꼬리 위험을 숨길 수도 있는 것이다.


나도 작은 이익을 자주 확정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했다. 수익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사라질까 불안했고, 그래서 목표가에 도달하기 전에 포지션을 정리하는 일이 많았다. 반면 손실은 조금 더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수익은 짧고 손실은 길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상태에서는 승률이 어느 정도 유지돼도 계좌의 기대값이 좋아지기 어렵다. 트레이딩에서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가 오히려 수익 구조와 정반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 부분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포스포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차나 한잔 하시게

10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8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