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을 계산하기 전에 한 번의 실패가 계좌에 남길 상처부터 정했다
트레이딩을 시작한 뒤 꽤 오랫동안 나는 한 번의 거래에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확신이 강한 자리에서는 많이 넣고, 애매하면 조금 줄이는 식이었다.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시장에서는 수익이 크게 보일수록 포지션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차트 분석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느껴지면 그만큼 더 큰 금액을 걸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포지션 크기는 리스크 관리의 결과가 아니라 내 감정과 확신의 크기를 숫자로 표현한 것에 가까웠다.
문제는 확신과 실제 결과 사이에 아무런 계약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자리도 손절될 수 있고, 별 기대 없이 들어간 거래가 큰 추세로 이어지기도 한다. 트레이딩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내가 아무것도 모를 때보다 오히려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다’고 느낄 때일 수 있다. 확신이 강해질수록 포지션을 키우고, 손절을 늦추고, 예상과 다른 움직임을 인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분석의 오류 하나가 계좌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한 거래의 크기를 방향에 대한 확신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웠던 기준이 계좌의 일정 비율만 위험에 노출하는 방식이었다. 흔히 1% 리스크 룰이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한 번의 거래가 실패했을 때 계좌 전체에서 잃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미리 정하고, 그 손실 범위 안에서 포지션 크기를 역산하는 것이다. 계좌가 1,000만 원이라면 1%는 10만 원이고, 한 번의 정상적인 손절이 발생해도 계좌 손실이 대략 그 범위를 넘지 않도록 거래 규모를 조절한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는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졌다. 계좌가 작을수록 1%는 더 작아 보이고, 이 정도로 거래해서 언제 자산을 크게 만들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기 쉽다. 트레이딩을 시작하는 사람은 대부분 천천히 돈을 잃고 싶어서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본을 빠르게 불리고 싶고, 자신이 좋은 기회를 발견했을 때 최대한 많은 수익을 얻고 싶어 한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험을 줄이면 수익까지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졌고, 작은 시드를 키우려면 어느 정도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좌를 키우는 문제를 조금 더 길게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트레이딩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생존 기간이었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전략의 기대값이 나타나기 전에 계좌가 크게 훼손되면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승률이 높은 전략이라고 해도 손실이 번갈아 한 번씩 예쁘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거래에서는 연속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시장 환경이 변하면 평소보다 긴 부진 구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때 한 거래에 계좌의 10%나 20%를 위험에 노출하고 있다면 몇 번의 연속 손실만으로도 다음 거래를 정상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손실은 수익과 대칭적이지 않다는 점도 중요했다. 계좌가 10% 줄어들었다면 원금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수익은 약 11.1%지만, 50%를 잃으면 남은 자산으로 100%의 수익을 내야 원금으로 돌아간다. 손실이 커질수록 복구에 필요한 수익률은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 그래서 큰돈을 버는 능력만큼 큰 손실을 피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복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먼저 복리가 작동할 자본이 살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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