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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을 지킨 손실은 좋은 거래일 수 있다

돈을 잃었다는 사실과 잘못된 거래였다는 사실은 같지 않았다

by포스포르

트레이딩을 시작했을 때 거래의 평가는 아주 단순했다. 돈을 벌면 잘한 거래였고, 손실이 나면 잘못한 거래였다. 수익이 난 날에는 분석이 잘 맞았다고 생각했고, 손절이 나온 날에는 무엇을 놓쳤는지부터 찾았다. 어차피 트레이딩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니 결과가 좋으면 잘한 것이고 결과가 나쁘면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매매를 오래 할수록 이 기준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장에서는 잘못된 판단으로도 돈을 벌 수 있고, 좋은 판단으로도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의 결과만 놓고 거래를 평가하면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착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장기적으로 필요한 행동을 손실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릴 수도 있었다.


가장 위험한 것은 규칙을 어겼는데도 수익이 난 거래였다. 원래 기다리던 진입 자리가 아니었는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뒤늦게 따라붙고, 손절도 정하지 않은 채 평소보다 큰 포지션을 잡았다고 해보자. 그런데 운 좋게 그대로 상승해서 큰 수익이 났다. 계좌에는 돈이 늘어났으니 겉으로 보면 성공이다. 문제는 그 거래가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느냐였다. 조금 늦어도 따라가면 된다는 생각이 생기고, 손절을 너무 엄격하게 잡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며, 좋아 보이는 자리에서는 평소보다 크게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이 오히려 보상받는 것이다. 이런 거래가 몇 번 반복되면 그것을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기 쉽고, 어느 날 가격이 돌아오지 않는 거래를 만났을 때 그동안 벌었던 돈보다 훨씬 큰 손실을 낼 수도 있다. 시장은 규칙을 어겼다고 즉시 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때때로 잘못된 행동에 돈을 주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반대로 아주 좋은 거래가 손절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상위 시간봉의 추세를 확인했고, 중요한 지지까지 가격이 내려오기를 기다렸으며, 실제 반응을 확인한 뒤 진입했다. 구조가 무너지면 나가기로 미리 정했고 계좌에서 감수할 위험 역시 계획대로 제한했다. 그런데 시장은 그대로 지지를 깨고 내려갔다. 나는 손절했고 거래는 -1R로 끝났다. 예전의 나라면 진입이 너무 빨랐는지, 다른 지표를 하나 더 확인했어야 했는지, 손절을 조금 더 넓게 두었으면 버틸 수 있었는지를 먼저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트레이딩은 확률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승률이 60%인 전략이라면 반대로 40%의 거래에서는 틀릴 수 있다는 뜻이고, 그 40%가 언제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자리에서도 손절은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개별 거래의 결과만으로 의사결정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있다.


이 사실을 이해한 뒤 나는 ‘좋은 거래’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좋은 거래는 반드시 돈을 번 거래가 아니었다. 내가 미리 정한 조건에서 진입했고, 계획한 위험만 감수했으며, 시나리오가 무효화됐을 때 미련 없이 나왔다면 손실로 끝났더라도 좋은 거래일 수 있었다. 반대로 돈을 벌었더라도 계획 없이 들어가고 손절을 무시했으며 과도한 포지션을 사용했다면 좋은 거래라고 보기 어려웠다. 결국 결과와 과정은 분리해서 봐야 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모든 손실을 실패라고 생각할수록 자연스럽게 손실이 나오지 않는 방법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손절을 멀리 두고, 물타기를 하고, 가격이 돌아올 때까지 버티면 단기적으로는 승률이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거래를 늘린 것이 아니라 손실의 인정을 늦춘 것에 가까울 수 있다.


이후 매매 복기의 방식도 달라졌다. 하루가 끝났을 때 얼마를 벌고 잃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래 기다리던 자리에서 들어갔는지, 손절 위치를 거래 전에 정했는지, 포지션 크기가 계획한 위험 안에 있었는지, 수익이나 손실이 커지면서 규칙을 임의로 바꾸지는 않았는지, 진입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FOMO 때문에 거래하지는 않았는지를 함께 봐야 했다. 이 질문들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손실이 난 날이라도 거래의 질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큰 수익을 냈더라도 대부분의 답이 좋지 않다면 그날은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 손실 거래는 돈을 잃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복기하게 되지만, 수익 거래는 잘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쁜 습관이 가장 잘 숨어 있는 곳이 오히려 수익 거래일 수 있다. 원칙을 어겼는데도 돈을 벌었다면 그 행동은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이 우연히 준 보상을 실력으로 오해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손실을 “규칙을 지켰으니 괜찮다”고 넘겨서는 안 된다. 이 말이 자기 합리화가 되면 아무런 발전도 없다. 계속 손절이 나오는데도 전략을 검증하지 않고 좋은 손실이라고만 말한다면 그것 역시 위험하다. 좋은 손실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전략 자체에 기대값이 있어야 한다. 충분한 백테스트와 실제 기록을 통해 일정한 우위가 확인되어 있고, 그 전략을 계획대로 실행했는데 발생한 손실이라면 정상적인 비용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근거도 없고 기록도 없는 매매를 한 뒤 손절했다고 해서 좋은 거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과정과 결과를 분리하되 둘을 완전히 떼어놓을 수는 없다. 나는 결국 개별 거래는 과정으로 평가하고, 전략 전체는 결과로 평가하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한두 번의 손실만으로 전략을 버리지는 않지만, 수십 번과 수백 번을 같은 방식으로 거래했는데도 기대값이 계속 음수라면 그때는 전략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


이 기준을 갖고 나니 손절 뒤에 전략을 계속 바꾸는 습관도 줄어들었다. 트레이딩 초반에는 몇 번 연속 손절이 나오면 매매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RSI를 추가하고, 이동평균선을 바꾸고, 다른 지표를 찾아보고, 또 손절이 나오면 다시 전략을 바꾼다. 결국 어떤 방법도 충분한 횟수만큼 실행하지 못한다. 하지만 연속 손실 역시 전략의 정상적인 범위 안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조금 더 차분하게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손실이 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가 원래 검증했던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가다. 이런 관점은 심리적으로도 큰 차이를 만든다. 손절을 실패라고 생각할 때는 다음 거래에서 반드시 맞혀야 할 것 같고, 그 순간부터 다음 거래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가 생긴다. 복수매매가 시작되기 쉬운 환경이다. 반대로 정상적인 손실이라고 받아들이면 거래 하나가 특별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1R이었다. 다음 좋은 자리가 오면 다시 같은 방식으로 거래하면 된다. 그뿐이다.


나는 점점 좋은 트레이더가 손절을 잘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손절 하나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자신의 분석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능력 전체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 말이다. 트레이딩에서는 틀리는 일이 일상이다. 문제는 틀렸느냐가 아니라 틀렸을 때 무엇을 했느냐였다. 손절선을 움직였는지, 물타기를 했는지, 포지션을 키웠는지, 다음 거래에서 복구하려고 서둘렀는지, 아니면 계획했던 만큼만 잃고 시장에서 나왔는지가 훨씬 중요했다. 후자라면 적어도 계좌는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 있다.


결국 트레이딩에서 한 번의 결과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좋은 거래가 질 수도 있고, 나쁜 거래가 이길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평가해야 할 것은 오늘 얼마를 벌었느냐만이 아니었다. 내가 오늘 어떤 방식으로 거래했는가가 더 중요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제대로 통제했다면 손실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을 무시했다면 수익이라도 경계해야 했다. 예전에는 매번 시장의 방향을 맞혀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 이제는 좋은 판단을 반복하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판단이 이번 거래에서 돈을 벌게 해줄지까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칙을 지킨 손실은 좋은 거래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나는 시장을 맞히려는 집착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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