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을 없애려 할수록 오히려 더 큰 손실에 가까워졌다
트레이딩을 처음 할 때 손절은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손절을 했다는 것은 내가 틀렸다는 뜻이었고, 분석이 실패했다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특히 손절 직후 가격이 다시 내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움직이면 그 감정은 더 강해졌다. 조금만 더 버텼다면 수익으로 끝났을 거래를 내가 너무 일찍 포기한 것 같았고, 다음부터는 손절을 조금 더 멀리 두거나 아예 가격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몇 번은 그렇게 버텼다가 가격이 되돌아오면서 손실을 피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손절에 대한 잘못된 확신을 만들기 쉬웠다. 기다리면 결국 돌아온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결국’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데 있었다. 하루 뒤에 돌아올 수도 있고 한 달 뒤에 돌아올 수도 있으며, 다시는 진입 가격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현물이라면 긴 시간을 버텨볼 여지가 있겠지만 레버리지가 들어간 트레이딩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가격이 돌아오기 전에 계좌가 먼저 버티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손절하지 않는다는 선택 역시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작은 손실을 언제 끝날지 모르는 큰 위험으로 바꾸는 행동일 뿐이었다.
나는 한동안 손절 횟수를 줄이면 매매가 좋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승률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수익도 좋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손절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손절선을 멀리 두거나, 손실 중인 포지션을 정리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많은 거래가 언젠가는 본전이나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겉으로 보면 승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그러나 그 구조에는 문제가 하나 숨어 있다. 대부분의 작은 손실을 피하는 대신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한 번의 큰 손실이 계좌 전체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레이딩에서 승률만 보면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열 번 중 아홉 번 이기는 전략이라 해도 아홉 번의 수익이 각각 작고 한 번의 손실이 지나치게 크다면 장기적으로는 돈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절반 이상 손절하는 전략이라도 이길 때의 수익이 손실보다 충분히 크다면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손절을 얼마나 자주 하느냐가 아니라, 손절했을 때 얼마나 잃고 수익이 났을 때 얼마나 가져오느냐였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서 손절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졌다. 손절은 피해야 할 실패가 아니라 트레이딩을 계속하기 위해 반드시 발생하는 비용에 가까웠다. 가게를 운영하면 임대료와 인건비가 발생하고, 사업을 하면 제품을 만들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 비용을 전부 없애면서 사업을 운영할 수는 없다. 트레이딩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래의 가격을 완벽하게 알 수 없는 이상 잘못된 판단은 반드시 발생한다. 그렇다면 손실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손실을 얼마나 작고 일정하게 유지할 것인지가 더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손절이 기분 좋은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손실은 여전히 싫다. 특히 좋은 자리라고 확신했던 거래가 몇 분 만에 손절로 끝나거나, 손절한 직후 가격이 바로 반대로 움직이면 불쾌한 감정이 생긴다. 다만 그 감정과 거래의 질을 구분하려고 한다. 내가 계획한 자리에서 진입했고, 그 시나리오가 무효가 되는 가격에서 정리했으며, 처음 정한 위험 범위 안에서 거래를 끝냈다면 손실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그 거래를 실패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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