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방향보다 내 생각을 더 믿을 때 손실은 커졌다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정도 올랐으면 이제 떨어지지 않을까.” 혹은 “이렇게 많이 빠졌는데 여기서는 반등하지 않을까.” 가격이 한 방향으로 오래 움직일수록 사람은 자연스럽게 반대편을 생각한다. 이미 충분히 올랐다고 느껴지고, 너무 많이 떨어졌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랬다. 오히려 많이 오른 곳에서 숏을 잡고, 많이 떨어진 곳에서 롱을 잡는 것이 더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방법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시장이 내가 생각하는 ‘충분히’라는 기준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상승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고,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하락이 멈추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강한 추세에서는 이미 많이 움직였다고 생각한 뒤에 더 큰 움직임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상승 추세에서 고점을 잡으려다 계속 손절당하고, 하락 추세에서 바닥을 잡으려다 손실이 누적되는 경험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동안에는 그 흐름 자체가 가장 강한 정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추세를 따른다는 말을 너무 단순하게 받아들였다. 상승하면 매수하고 하락하면 매도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매매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을 뒤늦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힘을 쓰고 있는지를 인정하는 일이었다. 상승 추세에서는 조정이 나와도 매수세가 다시 들어오고, 하락 추세에서는 반등이 나와도 매도세가 계속 가격을 누른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 방향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히 방향을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장에서 우세한 힘과 맞서겠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물론 역추세 매매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횡보장의 상단과 하단에서는 오히려 반전을 노리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고, 지나치게 확장된 움직임 뒤에 짧은 되돌림을 노리는 트레이더도 있다. 문제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추세를 거스르는 데 있다. 상승 추세에서 숏을 잡으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단기 조정 매매가 아니라 새로운 하락 추세의 시작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작은 반등에도 손절하지 못하고 포지션을 오래 끌게 된다. 처음에는 짧게 먹으려던 역추세 매매가 어느 순간 큰 방향성 베팅으로 변하는 것이다.
나도 이런 실수를 꽤 자주 했다. 상위 시간봉은 분명 상승 구조인데, 하위 시간봉에서 잠깐 과열된 모습을 보고 조정을 노리다가 포지션을 오래 들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짧은 숏을 생각했지만 가격이 다시 올라오면 “이번에는 진짜 고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붙는다. 그러다 보면 원래의 거래 계획은 사라지고, 시장 전체의 방향이 바뀌기를 기다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손절해야 할 이유는 많아지는데 오히려 손절은 늦어진다.
이 경험을 반복하면서 나는 매매에서 방향의 위계를 두기 시작했다. 먼저 상위 시간봉에서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본다. 큰 흐름이 상승이라면 기본적으로 매수 기회를 먼저 찾고, 하락이라면 매도 기회를 먼저 찾는다. 하위 시간봉은 그 방향 안에서 진입 위치를 찾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모든 움직임을 먹을 필요가 없어지고, 특히 추세 중간의 조정을 억지로 맞히려는 욕심이 많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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