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에는 결국 추세와 횡보가 있었다

가격은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못한 채 힘을 모은다

by포스포르

지표를 하나씩 지우고 차트를 단순하게 보기 시작하자 오히려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구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복잡한 보조지표와 각종 신호를 걷어내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가격 그 자체였고, 가격은 생각보다 단순한 방식으로 움직였다. 어느 한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어지거나, 일정한 범위 안에서 오르내리며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상태. 결국 시장은 추세와 횡보를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실제 차트는 이 두 가지가 깨끗하게 나뉘지 않는다. 추세 속에도 작은 횡보가 있고, 큰 횡보 안에서도 짧은 추세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크게 보면 가격은 계속 이 두 상태 사이를 오간다.


처음에는 추세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가격이 오르면 상승 추세이고 내리면 하락 추세라고 봤다. 그런데 실제 매매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잠깐 오른다고 해서 상승 추세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몇 개의 음봉이 나왔다고 해서 하락 추세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어떤 방식으로 고점과 저점을 만들어가고 있는지였다. 이전 고점을 넘어 새로운 고점을 만들고, 조정이 나와도 이전 저점보다 높은 곳에서 지지를 받는다면 상승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고점이 점점 낮아지고 저점도 계속 낮아진다면 하락 구조다. 결국 추세라는 것은 색깔이 같은 캔들이 연속으로 나오는 현상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격을 계속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에 가까웠다.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는 이런 명확한 추세보다 횡보하는 시간이 훨씬 길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가격은 일정한 고점과 저점 사이를 계속 오가고, 위로 올라가려 하면 매도가 나오고 아래로 내려가면 다시 매수가 들어온다. 처음에는 이런 구간이 답답했다. 트레이딩은 방향을 맞혀서 수익을 내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 방향이 없는 시장은 의미 없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어떻게든 다음 방향을 먼저 알아내려고 했고, 작은 움직임에도 새로운 추세가 시작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다 보면 박스권 상단에서 돌파를 기대하며 매수했다가 다시 밀리고, 하단이 무너지는 것처럼 보여 숏에 들어갔다가 가격이 다시 범위 안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횡보를 바라보는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횡보는 시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매수자와 매도자의 힘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였다. 누군가는 그 가격이 싸다고 생각해 사고 있고, 누군가는 충분히 올랐다고 생각해 팔고 있다. 그 사이에서 가격은 일정한 범위를 만든다. 그리고 이 범위가 오래 유지될수록 상단과 하단은 자연스럽게 많은 참여자가 바라보는 가격대가 된다. 지지와 저항이 만들어지는 것도 이런 과정과 무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횡보장은 트레이더에게 중요한 정보를 준다. 어디에서 매수세가 반복적으로 들어오는지, 어느 가격 위에서는 매도세가 강해지는지, 시장이 현재 받아들이고 있는 가격 범위가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횡보가 길어질수록 다음 움직임을 준비할 수 있는 기준도 조금씩 명확해진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을 미리 맞히는 것이 아니라, 범위가 유지되고 있는 동안에는 범위의 성격에 맞게 대응하고, 실제로 어느 한쪽이 무너질 때 행동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 구분을 받아들이고 나니 매매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차트를 열자마자 롱인지 숏인지 결정하려 했다면, 이후에는 먼저 지금 시장이 추세인지 횡보인지부터 확인하게 되었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같은 진입 방법도 시장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상승 추세에서는 저항 돌파가 새로운 상승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횡보장에서는 상단 돌파처럼 보였던 움직임이 다시 박스 안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 반대로 추세장에서 지나치게 고점과 저점을 잡으려 하면 계속 흐름과 반대로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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