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확인에서 거래 전 결정으로
라이브 「카피바라가 토큰을 깨문 이유」, 오늘은 약속대로 비밀을 하나 풀고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첫 라이브 전에 보낸 행운의 편지, 기억하시나요? "이 편지를 읽은 즉시 이 글에 대해 좋아요, 구독을 실행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토큰화가 얼마나 재미있는 세계인지 끝끝내 알지 못하는 형벌에…"
다행히 아무도 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저의 블록체인 세계관 안에 규칙은 있었지만, 현생에서 그 규칙을 지키게 만들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좋아요를 안 누르셨어도 여러분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십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는 카피바라는 1화, 행운의 프롤로그를 읽어봐주세요.)
https://fishingproductfr.com/@parkbam/27
그런데 만약 그 행운의 편지가 코드였다면, 토큰화되었다면 어땠을까요?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면, 다음 글이 아예 열리지 않습니다. "깜빡했어요", "나중에 누를게요" 같은 사정을 말할 틈도 없이요.
그리고 그 편지 끝에 저는 질문 하나를 남겼었는데, 기억하는 카피바라 있죠?
언젠가 당신의 거래가 거절되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판단해서가 아니라, 코드가 "안 됩니다"라고 말해서입니다.
그 결정은 누가 내린 걸까요?
오늘 라이브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금융에는 거래를 지켜보는 문지기가 있습니다. 법과 규칙에 맞는 거래인지 확인하고, 아니면 멈추는 일. 이걸 컴플라이언스라고 부릅니다. 지금의 문지기는 세 번의 순간에 "안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계좌를 만들 때 신분을 확인하는 "거래 전", 한도를 넘거나 평소와 너무 다른 거래를 그 자리에서 멈추는 "거래 중", 그리고 쌓인 기록을 다시 보며 수상한 흐름을 찾아내는 "거래 후".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판단이 마지막, 거래 후에 일어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신고되면, 은행은 돈이 흘러간 계좌를 찾아 지급을 멈춥니다. 돈이 아직 그 계좌에 남아 있다면 피해자는 돌려받을 기회가 생기죠. 거래가 끝난 뒤에도 기록을 되짚고, 멈추고, 바로잡을 틈이 있는 겁니다. 지금의 금융은 느립니다. 하지만 그 느림 덕분에, 거래가 끝난 뒤에도 사람이 판단할 시간이 있습니다.
토큰화된 세상에서는 돈과 자산이 같은 장부 위에서 같은 순간에 맞바꿔지고, 한 번 실행된 기록은 되돌리기 매우 어렵습니다. 거래가 끝난 뒤 "잠깐, 이거 이상한데?" 하고 멈추려 하면 이미 늦습니다.
그래서 문지기는 자리를 옮깁니다. 문 뒤에서 문 앞으로. 실제로 토큰화된 증권은 토큰 안에 규칙을 함께 담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신원 확인을 마친 지갑에만 토큰이 넘어갈 수 있다.
정해진 한도를 넘는 거래는 실행되지 않는다.
제재 대상과 관련된 지갑으로는 보낼 수 없다.
규칙에 맞지 않으면 거래는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이 나중에 확인하는 게 아니라, 장부가 결제 직전에 먼저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지금의 금융은 먼저 거래하고, 이후 확인합니다.
토큰화된 금융에서는 확인과 거래가 동시에 끝납니다.
여기까지 들으면 좋은 일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좋은 점이 많습니다. 보이스피싱 돈이 빠져나간 뒤 쫓아가는 대신, 애초에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을 수 있으니까요. 보수적인 금융이 토큰화를 반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규칙을 더 확실하게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 변화를 보면서 마음 한쪽이 계속 걸렸습니다. 확인의 시점이 바뀌면, 확인하는 방식도 바뀌기 때문입니다.
하나, 애매한 일도 미리 정해 둬야 합니다.
지금은 애매한 거래가 생기면 담당자가 들여다보고 판단합니다. 평소와 다른 큰돈이지만, 사정을 들어 보니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은 거였다든지요. 설계자가 아닌 소비자로서도 저는 이런 일이 종종 있습니다. 해외 여행하다 무언가를 카드결제하면, 밤이고 낮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주거래 은행에서 전화가 옵니다. 본인이 그리스에서 이 시간에 맥도날드에서 사용한 게 맞냐고요. 그럴 때마다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리곤 합니다. 그런데 결제 직전, 눈 깜짝할 사이에 판단해야 한다면? 애매함까지 미리 규칙으로 정해 두거나, 아니면 일단 막아야 합니다.
둘, 억울하게 막힌 사람에게 설명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규칙은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름이 제재 대상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처음 해 보는 큰 거래라는 이유로 정상적인 거래가 막힐 수 있습니다. 창구 직원이라면 "혹시 이런 사정이 있으세요?" 하고 물어볼 수 있지만, 결제 직전의 규칙은 묻지 않습니다. 한 밤의 비행기에서 막 내려서, 아테네의 맥도날드에 겨우 들어갔는데 결제가 막히면요? 잠시만요, 이제까진 일단 먹게는 해주고 후에 전화주셨잖아요...? 이러지 마세요...
셋, "안됩니다"를 누가 말했는지 흐려집니다.
지금은 거래를 막으면, 막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래 직전에 코드가 막았다면, 그건 누가 결정한 걸까요? 규칙을 만든 사람일까요, 코드를 짠 사람일까요, 누구일까요. (...네?...유령...이라고요? 갑자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토큰화는 판단을 없애지 않습니다. 판단의 시점과 장소를 옮깁니다.
예전에는 거래가 끝난 뒤, 창구와 심사실에서 사람이 판단했습니다. 이제는 거래가 일어나기 훨씬 전, 규칙을 만들고 코드를 쓰는 바카라상 위에서 판단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실제 거래의 순간에는, 미리 내려 둔 그 판단이 실행될 뿐입니다.
그래서 토큰화된 금융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빨리 막을 수 있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판단이 거래보다 앞으로 옮겨 갈 때,
사람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지금, 그 비어 가는 판단의 자리에 새로운 무언가가 들어오려 하고 있습니다. 애매한 거래를 눈 깜짝할 사이에 판단해 줄 수 있다는 존재, 바로 AI입니다. (자꾸 유령이라는 카피바라가 있는데, 아니라고요...)
이제 제가 왜 첫 라이브를 행운의 편지로 시작했는지 아시겠죠? 규칙과 벌은 있는데, 그 사이에 사정을 들어 줄 사람이 없는 편지. 토큰화된 금융이 조심하지 않으면 그런 일방적인 편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우리의 행운의 편지는 아직 코드가 아닙니다. 좋아요를 안누르셔도 다음 글은 열립니다. 하지만 이 라이브가 끝나기 전에 꼭 함께 답을 찾고 싶습니다. 코드가 "안 됩니다"라고 말하고, AI가 그 판단을 대신하려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요.
오늘 라이브는 여기까지! 다음 라이브에서 깨물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