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프롤로그

가장 느린 세계와 가장 빠른 세계 사이에서 보낸 행운의 편지

by박밤
이 편지는 최초로 영국에서 시작되어(?)
가장 느린 세계와 가장 빠른 세계 사이에서 온 사람이,
세상 궁금한 것 많은 물음표 살인마 카피바라들에게 쓰고 있습니다.

편지의 제목은 행운의 편지...가 아니고 '토큰화(tokenisation)'라고 할게요.


image.png당신은 행운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고인물이 된 제 경력에는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두 세계가 나란히 있습니다.


하나는 금융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의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한창 마이데이터(MyData) 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회원 600만 명이 쓰는 카드 앱의 마이데이터를 설계하러 달려갔고, 어느 날은 생명사의 자금세탁방지(AML) 인증 과정을 고쳤습니다. 저도 물려있어 매일 들어가는 모바일 트레이딩 앱도 본인이 설계했습니다. 오랜기간 금융 프로덕트 설계를 하며 항상 감탄하던 것이 있습니다. 화면에서는 버튼 하나로 끝나는 일이, 그 뒤에서는 규정과 확인과 대조의 끝도 없는(!) 긴 줄을 지나야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보자'라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의 돈이 오고가는 길을 아주 세심히 보살폈습니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세계입니다. 이머징 테크(Emerging Tech), 프런티어 테크라고 하죠. 공항과 식당을 돌아다니는 서비스 로봇이 사람의 공간을 익히는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또 언젠가는 물류 로봇 팔이 현장에서 택배박스를 나를 때 사무실 안에서 모니터링 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컨설팅했습니다. 걷고 움직이면 보상을 받는 M2E 서비스로 직접 창업을 준비하다가, 준비 단계에서 끝나기도 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일단 만들어 보고 고치자"가 미덕이었습니다.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세계가 처음 겹친 곳은 뜻밖에도 메타버스였습니다. 모 통신사에서 저는 NFT 기반의 가상 경제 시스템, 디지털 세상을 설계했습니다. 사용자의 활동이 디지털 자산이 되고, 그 자산이 다시 실제 가치로 바뀌는 흐름을 짜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이제 메타버스라는 말은 아무도 잘 쓰지 않습니다. 제가 애정 가득 담았던 우리들의 모든 상상이 현실이 되는 그 공간도 문을 닫았습니다. 그때의 재화도 아이템도 이 서비스가 종료한다는 수 많은 기사들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때 붙들고 있던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화면 속의 기록은 어떻게 진짜 가치가 되는가. 그 가치는 누가, 어떻게 보증하는가. 그리고 서비스가 문을 닫으면, 그 안에 있던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 흥미롭게도 지금 토큰화가 답하려는 것이 바로 이 질문들입니다. 두 세계를 오가면 정반대의 질문을 동시에 듣게 됩니다. 금융 쪽에서는 "그거 규제는 어떻게 할 건데요?"라고 묻고, 기술 쪽에서는 "금융은 왜 이렇게 느려요?"라고 묻습니다. 그 두 질문이 만나는 자리에서 저는 계속 토큰화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토큰화를 둘러싼 말은 요란합니다. 모든 자산이 토큰이 된다고 하고, 은행이 사라진다고 하고, 내 아파트를 조각내 팔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묻는 것은 훨씬 소박합니다.


image.png당신이 그... 물음표 살인마 카피바라...?


"주식은 이미 디지털인데, 왜 또 토큰으로 만들어요?"
"그럼 집을 NFT로 만든다는 거예요?"
"코인이랑 토큰증권은 뭐가 달라요?"


이 연재는 이 질문들에서 시작합니다. 금융이 왜 이렇게 복잡하게 움직이는지, 자산이 프로그램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규칙까지 코드가 되면 무엇이 바뀌는지 차근차근 따라가 보겠습니다.


사실 저는 AI의 등장으로 먹고사니즘을 고민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의 세계를 덕질하던 덕심을 바탕으로 (나의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AI 랄까요) 지금 해외에서 연구 중이기도 한데요, 제가 요즘 재미있어 죽겠는! 이 흥미진진한 질문도 독자들에게 던져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당신의 거래가 거절되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담당자가 판단해서가 아니라, 코드가 "안 됩니다"라고 말해서입니다. 그 결정은 누가 내린 걸까요?


가장 느린 세계와 가장 빠른 세계 사이에서 제가 본 것을 이제 하나씩 꺼내 보겠습니다.


그리고 잊지마세요, 이 행운의 편지를 읽은 즉시 이 글에 대해 좋아요, 구독을 실행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토큰화가 얼마나 재미있는 세계인지 당신은 끝끝내 알지 못하는 형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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