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by오소영

예전에 친구들에게 음악을 하는 이유가 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를 증명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제일 잘하는 거니까’ 등의 답이 있었다. 사실 나는 그때 음악을 하는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 기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든 게 버겁고 힘들었다. 내가 직접 기획한 ‘오소영의 다이어리’ 공연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몸이 안 좋아 연습할 시간도 많이 없었다. 불안함이 커지니 내가 요즘 무대에 설 때 행복했나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릴 적 제일 먼저 음악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뭐였더라. 처음 동경했던 뮤지션은 부활이었다. 보컬 이승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도 멋졌지만, 음악을 다 만들고 일렉기타를 연주하는 김태원이 너무 멋졌다. 부산에 부활이 공연을 하러 온다는 소리를 듣고, 엄마에게 허락받고 언니와 같이 공연을 보러 갔다. 그런데 뭔가 컨디션이 안 좋았는지 이승철의 보컬이 엉망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니터가 잘 안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하여튼 그 엉망진창 보컬이 노래하는 뒤로 일렉기타에서 불을 뿜을 듯 연주하는 김태원이 있었다. 아주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다.


그 후로 기타를 치게 되고 우연히 조규찬(선배님)의 ‘무지개’를 듣고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고 음악을 하게 되는 루트를 상상하게 되었다. 습작을 하고 내가 만든 노래를 부르면 더 재미있었다. 곡은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듯한 독창성이 하나도 없는 수준이었지만.


곡을 쓰고,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도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살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릴 적부터 대인공포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던 내게 기타 치며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어떤 두려움도 없는 순수한 행복의 시간이었다. 내 목소리를 사랑하고, 내 기타 소리를 사랑했다. 노래하고 연주하지 않는 나는 혐오했지만 말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오소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잘 쓰지는 못하지만 솔직한 글을 오래 쓰고 싶은 사람

8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조용한 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