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울 거야

by오소영

10월 12일. 엄마의 기일이다. 하루 앞당겨 엄마를 보러 청주에 다녀왔다. 언니와 함께 봉안당에 가서 엄마에게 인사하고 돌아왔다. 분명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직도 엄마가 돌아가신 것이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감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가난했다. 엄마는 내가 대학을 나와 좋은 온라인 게임을 구하고 돈을 벌어올 거라고 믿어오셨을 것이다. 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어른이 되어 어딘가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혔다. 분명히 어디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미움받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때 이미 일반적인 슬롯생활을 포기해 버렸다.


대학을 나와 온라인 게임을 구하지도 않고 백수로 지냈다. 언니와 엄마는 그런 나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어디론가 걷다가 저녁때 집에 들어가면 따뜻한 음식이 차려진 밥상에 내 수저가 있었다. 어렵게 꺼낸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말에 엄마는 화가 나서 옆에 있던 휴지통을 던져서 부쉈다. 그 정도의 분노였다. 엄마의 기대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되었어도 그냥 자신이 속해있는 집의 작은 물건을 부술 뿐인 마음 약했던 엄마.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오소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잘 쓰지는 못하지만 솔직한 글을 오래 쓰고 싶은 사람

8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