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시간

쓰라린 시절 인연은 늦은 장마에 씻겨 보낼 수 있을까

by귀리밥

언제부터 어긋났는지는 희미하게 기억난다. 어떤 날에, 어떤 장소에서, 어떤 화두로. 몇 년에 걸쳐 미움이 생성됐다. 내 마음속에 이렇게 미움의 공간이 많았던가. 미움이 담긴 서랍을 열어보는데 한두 개가 아니다. 여러 개의 서랍에 빼곡하니 사건들이 담겨있다.

사실 나는 그 사람들을 꽤 좋아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미워져 버린 걸까. 물론 질문하듯 썼지만 다 알고 있다. 어떤 일로 마음이 상했고, 이러저러한 일들이 감정을 파먹었다고. 파 먹히고 남은 모양새가 보잘것없어 그냥 나머지를 다 버리겠다고 마음먹는 동안에도 상대는 태연했다.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관리하고는 있지만 내가 그동안 얼마나 상처받고 괴로웠는지, 그 끝이 미움으로 변한 과정을 짐작하고는 있을까? 알면서도 그런 건지, 전혀 알지 못하는 건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서로 서먹해한다는 걸 인지했을 따름이다.


그러니까 내가 미워하는 그들은 오래된 동성 지인이다. 내가 꽤 살갑게 따랐던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의 무엇이 좋아서 그토록 따랐을까. 말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내게 극진하지도 않았건만. 그저 수수하고 나에게 없는 차분함이 있어 그랬으려나. 나는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마음을 끝까지 활짝 열어버리곤 한다. 예외는 없었다. 그들에게 활짝 열고 안의 내용물을 꺼내 보였다.


먼저 다가가서인지 그들도 내게 친절했다. 조곤조곤하게 대화를 잘 이어갔고, 기회가 닿으면 서로의 가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관계가 원만하게 흐르길 바랐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그들과 나 사이에 거리감이라는 게 놓였다. 그들은 난감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이런 얘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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