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Choice, But Survival
11장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 Not Choice, But Survival
2026년 3월 5일 오전 7시 18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9층.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집무실의 블라인드가 아직 닫혀 있었다. 바카라상 위에 한 장의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어제 자정에 작성된 긴급 보고서였다. 표지에는 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에너지 수급 비상: 호르무즈 봉쇄 5일차."
보고서 안의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분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재고가 평균 27일치로 떨어졌다. 국내 LNG 재고는 약 18일치였다. 한국가스공사가 전국 발전소에 공급을 약 8퍼센트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그 시각, 비슷한 보고서가 동시에 네 곳에서 검토되고 있었다.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베이징 국가에너지국에서, 모스크바 에너지부에서, 그리고 워싱턴 D.C. 백악관 상황실에서. 네 나라가 같은 새벽에 같은 종류의 결정 앞에 서 있었다. 결정의 내용은 달랐지만,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의 강도는 같았다.
그날 결정된 것이 있다. 한국이 러시아산 나프타 재수입을 결정했다. 4년간 줄여온 의존을 되돌렸다. 그 결정을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국이 원해서 한 결정이었나, 다른 길이 없어서 한 결정이었나. 그 무엇의 출발점이 11장이다. 결합은 선택이 아니다. 생존이다.
선택이라는 단어가 정치 담론에서 너무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진정한 선택은 조건을 전제한다. 조건이 사라지면 선택도 사라진다. 그때 남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제약이다.
선택은 조건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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