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두 개의 세계

Two Worlds

by박온유

PANGAEA: The Inevitable Already Begun

《판게아: 이미 시작된 필연》


박온유 저



18장

두 개의 세계 | Two Worlds


2024년 11월 어느 저녁, 서울의 한 대학원생이 바카라상에 노트북 두 대를 나란히 놓았다. 왼쪽 화면에 구글과 챗GPT와 인스타그램. 오른쪽 화면에 위챗과 딥시크와 샤오홍슈. 같은 시각 베이징의 한 대학원생도 두 화면을 띄웠다. 그가 챗GPT에 닿으려면 우회로가 필요했다. 서울의 대학원생이 위챗을 하루의 도구로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한 지구 위에 두 세계가 있었다. 두 세계가 같은 시간을 살았다. 서로 닿지 않은 채로.

1부에서 5부까지 자라난 것은 한 결합이었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한국이 며칠 만에 러시아 에너지로 자기 회로를 다시 짠 자국에서 시작해, 유라시아의 네 단위가 서로 없으면 안 되는 상태로 묶이는 풍경, 중동과 인도가 결핍의 맞물림 위에서 새로운 중심으로 자라는 자국, BRICS+가 자기 안에 인구·자원·생산을 갖춘 자기 완결 단위로 떠오르는 모양까지.

그 결합의 원인은 한 줄로 짚인다. 결합은 좋아서 붙는 게 아니라, 떨어질 수 없는 상태로 밀려가는 과정이다. 고립의 비용이 결합의 비용보다 커지는 시점에 단위들이 서로에게 묶인다.

17장에서 그 결합의 다른 한 면을 봤다. 옛 중심이 내려오는 풍경. 미국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자기 자리를 좁히고, 한 중심 시대가 닫히는 자국. 다만 미국이 내려오는 자리에 진공이 생기지 않았다. 그 자리에 판게아가 떠올랐다.


두 세계 — 미국 세계와 판게아

21세기 중반의 두 세계가 미국과 중국의 두 세계로 좁혀지지 않는다. 미국이 80년 동안 운영해 온 한 세계와, 그 세계 바깥에서 자라난 판게아라는 다른 세계다. 판게아는 한 진영의 이름이 아니다. 중국이 그 안에 있고, 러시아가 그 안에 있고, 인도와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한 부분이 그 안에서 자란다. 다만 판게아를 누가 운영하지 않는다. 한 중심이 없다.

두 세계의 분리도 같은 인과를 따른다. 두 세계가 서로 미워서 갈라지는 게 아니다. 각자의 회로가 자기 안에서 완결되면서,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거리까지 천천히 멀어진다.

한 세계가 자기 안에 결제망을 갖추면 다른 세계의 결제망이 덜 필요해진다. 자기 안에 기술 표준을 갖추면 다른 세계의 표준이 덜 필요해진다. 자기 안에 에너지와 시장을 갖추면 다른 세계의 시장이 덜 필요해진다. 그래서 두 세계가 충돌하지 않는다. 충돌은 두 세계가 같은 자리를 두고 다툴 때 일어난다. 두 세계가 서로 다른 회로 위에서 각자 완결되면, 다툴 자리 자체가 줄어든다.

20세기의 냉전이 두 진영의 대치였다. 두 진영이 같은 글로벌 자리를 두고 서로를 무너뜨리려 했다. 21세기 중반의 두 세계가 다른 모양에 있다. 서로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다. 서로 닿지 않는다. 그 닿지 않음이 21세기 중반의 새로운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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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는 울보. 사람이 사랑이라 읽히게 될 날을기다리는 바보. 사랑하여 글을 쓰고 노래를 짓는철 들기 싫은 노래쟁이. youtube.com/@OnYou-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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