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지 않고 지나친 사람

종각역 지하 환승통로 거울 · 출근 시간

by소하
이 거울은 지나가는 것들을 비춘다.


비추고 사라진다. 사라지고 다시 비춘다. 그것이 거울이 하는 일이다.


오전 여덟 시 사십오 분, 출근 시간의 종각역 환승통로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거울 앞을 빠르게 지나가면서도 대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이 거울을 봤다. 의식하지 않아도 반사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은 이 거울이 없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채 지나갔다. 빠른 걸음, 이 거울 앞을 더 빠르게 지나가는 속도였다.


이 거울이 비춘 것은 얼굴이 아닌 옆모습이었다. 고개를 돌린 목의 선, 어깨, 걸음 때문에 흔들리는 몸의 방향이 있었다. 이 거울 표면에 손이 닿는 사람들이 가끔 있었다. 머리를 정리하며 온도와 마찰을 남기고 가는 식이었다. 오전 여덟 시 사십오 분에 지나간 사람은 닿지 않았다. 표면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비추고 사라진 옆모습만 있었다.


빛의 반사가 있었다. 환승통로 조명이 이 거울 표면에 반사되다가도, 사람이 지나가면 그 방향이 달라졌다. 옷 색에 따라 반사되는 빛의 색도 달라서, 어두운 옷은 적게, 밝은 옷은 많이 반사했다. 걸음 속도에 따라 이 거울 앞을 지나가는 시간도 달랐다. 느리게 걷는 사람은 오래, 빠르게 걷는 사람은 짧게 머물렀다. 오전 여덟 시 사십오 분의 그 사람은 빠른 걸음이라 잔상 시간이 짧았고, 옆으로 돌린 얼굴이 짧게 있다가 사라졌다.


출근 시간 동안 사람들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지나갔다. 그 흐름 안에서 걸음 속도만 빠르고 느리게 섞였다.

이 거울이 비추는 것에는 크기 차이가 있었다. 키에 따라 비치는 위치가, 가방 유무에 따라 어깨선이 달랐다. 오전 여덟 시 사십오 분의 그 사람은 고개를 돌렸기에 얼굴이 아닌 옆모습의 높이에서 잠깐 비쳤다. 그 잠깐이 이 거울이 그 시각에 기억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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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데이』작가에서 예술심리치료 전문가로, 감정을 굽고, 마음을 다루는 작가: 소하(素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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