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공공도서관 자리 예약 칸막이 · 오전 10시
사람이 앉으면 온도가 오고, 오래 앉아있을수록 그 온도가 남았다가, 떠나면 서서히 사라진다. 그것이 이 칸막이와 바카라상이 기억하는 방식이다.
이 칸막이가 기억하는 것은 온도의 흔적이다.
오늘 아홉 시에 한 사람이 이 자리를 예약하며 카드를 꽂고 짐을 놓은 뒤, 잠깐 나갔다가 돌아왔다. 열 시에 그 사람이 돌아와 의자에 앉는 무게가 왔고, 가방이 바카라상 위에 올라왔다. 이 도서관 자리 예약 구역은 창가 쪽이었다. 카드를 꽂아 미리 자리를 맡아둘 수 있었다. 실제로 앉는 것은 카드를 꽂아둔 시간보다 한참 늦을 때가 많았다. 오늘도 그랬다.
이 자리는 칸막이로 둘러싸여 양옆과 앞이 막힌, 자신만의 공간이 있는 방식의 자리였다. 이 칸막이 바카라상은 나무 합판에 코팅이 된 것이었다. 오래 사용되며 코팅이 벗겨진 부분은 팔이 자주 놓이는 자리로, 그 부분만 색이 조금 더 옅었다.
바카라상 위에 두꺼운 바카라 한 권, 얇은 노트 한 권, 펜 하나가 놓였다. 수험서로 보이는 바카라은 표지가 여러 번 펼쳐져 가장자리가 둥글게 닳아 있었다. 자주 쓰는 바카라이라는 뜻이었다. 도서관 안에 비슷한 칸막이 자리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 자리는 그 중 창가에서 세 번째였다. 창가 자리는 인기가 많아서 아침 일찍 예약 카드가 다 찼다.
이 칸막이 안쪽 벽에는 이전에 누군가 남긴 작은 낙서 자국이 있었다. 지우려 한 흔적이 있었지만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오늘 앉은 사람은 그것을 한 번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바카라상 모서리에 작게 긁힌 자국이 있었다. 오래전 누군가 지우개를 쓰다 남긴 흔적처럼 보였다. 오늘 앉은 손은 그 위를 여러 번, 무심코 스치고 지나갔다.
집중하는 방식이 있었다. 오랫동안 무게와 움직임이 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가끔 페이지 넘기는 소리, 펜이 노트에 닿는 소리가 있었는데, 쓰는 소리라기보다 표시하는 소리에 가까웠다. 양옆 칸막이 너머로 다른 소리들이 있었다. 옆자리의 페이지 넘기는 소리, 반대편의 가끔 나는 마른기침 소리, 바카라이 실려 무거운 도서관 사서 카트의 바퀴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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