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병원 대기실 의자 · 오전 10시 23분
오늘 이 의자에는 서른여섯 번 사람이 앉았다.
각각 달랐다. 무게도, 앉는 방식도, 온도도, 얼마나 오래 앉아있었는지도 달랐다.
이 의자가 기억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스물여섯 번째가 기억됐다.
오전 열 시 이십삼 분이었다.
의자 끝에 걸쳐 앉았다. 의자 면의 앞쪽 삼분의 일에만 무게가 왔는데, 당장이라도 일어설 수 있는 방식이었다. 무게는 계속 달라지다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달라지기를, 그러다 완전히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 패턴이 이십팔 분 동안 계속됐다.
온도가 있었다.
앉은 면에서 온 체온은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긴장하거나 흥분했을 때의 온도는 아니었다.
무게의 방향이 바뀌었다. 위에서 눌리던 무게가 오른쪽으로 조금 기울었는데, 고개가 진료실 문 쪽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무게는 이미 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의자 다리가 바닥에 닿는 방식도 달라졌다. 의자 끝에 앉아있는 동안 앞 다리 두 개에 무게가 몰려, 뒤 다리 두 개는 바닥에서 아주 조금 들렸다. 진료실 문이 열릴 때마다 무게는 앞쪽으로 더 쏠렸다가 돌아오곤 했다.
문이 열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이 불렸다. 그 순간 무게가 잠깐 앞으로 쏠렸다가 돌아왔다. 자신의 이름이 아니었다. 창문 쪽으로 기울어졌다. 오른쪽 문 방향에서 왼쪽 창문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갔다가 다시 정면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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