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등산로 나무 계단 · 이른 아침
비가 온 뒤였다. 이른 아침이라 산은 조용했다.
이 계단이 기억하는 것들 중에 빗물이 있다. 비가 오면 나무 표면의 습도와 마찰이 달라지고, 빗물이 나무 결 사이로 들어가며 나무가 조금 팽창해, 그것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방식도 매번 달라진다.
오늘 이른 아침, 간밤에 비가 온 나무 계단 표면은 완전히 젖지도 마르지도 않은, 반은 젖고 반은 마른 상태였다.
첫 번째 발이 왔다. 오전 여섯 시 사십 분, 이른 아침 등산객의 거친 등산화 밑창이 발바닥 전체로 이 계단 나무 표면을 눌렀다. 빗물이 밑창 홈 사이로 들어갔다가, 발이 들릴 때 일부가 묻어 나갔다. 발바닥의 압력이 있었다. 계단을 올라갈 때는 보통 발뒤꿈치가 먼저 닿고 앞쪽으로 압력이 옮겨가지만, 오늘 첫 번째 발은 빗물 때문에 조심하듯 발 전체로 균등하게 디뎠다.
계단이 만들어진 방식이 있었다. 나무 판을 놓고 양쪽에 지지대를 세운 구조였는데, 표면의 미끄럼 방지 홈에 빗물이 고여있어 발이 디딜 때마다 옆으로 밀려났다. 이 계단은 산 중턱까지 이어진 여러 단으로, 각 단의 높이가 일정해 발이 오를 때마다 언제나 같은 높이를 반복해 올랐다.
오늘 이른 아침에 온 발들이 있었다. 여섯 시 사십 분부터 한 시간 동안.
혼자 오는 발들과 함께 오는 발들이 달랐다. 혼자 오는 발은 자신만의 일정한 속도가 있었지만, 함께 오는 발들은 앞서거나 뒤처지며 속도가 그때그때 계속 달라졌다. 발바닥의 무게가 달랐다. 무거운 배낭을 멘 사람의 발은 더 강한 압력으로, 가볍게 온 사람의 발은 더 가벼운 압력으로 디뎠다. 같은 크기의 발이라도 배낭 무게에 따라 계단을 누르는 힘은 저마다 달랐다. 나무 냄새가 있었다. 비가 온 뒤 물을 흡수하며 강해진, 오래된 나무의 냄새였다. 발이 계단을 밟을 때마다 그 압력이 나무 안의 수분을 자극해 냄새가 조금씩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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