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빨래방 세탁기 · 새벽 2시
회전이 시작될 때 진동이 시작된다. 물이 들어올 때 진동이 달라진다. 세탁물이 무거워지면 진동이 달라진다. 탈수가 시작되면 진동이 달라진다. 이 세탁기는 그 진동들로 하루를 기억한다.
진동이 이 세탁기의 기억이다.
오늘 새벽 두 시에 빨래방 문이 열리며 밖의 공기가 들어왔다.
세탁기가 돌아가지 않는 빨래방 안 공기보다 차가운 새벽 공기였다. 그 온도 차이는 잠깐 있었다가 사라졌다.
세탁물이 들어왔다. 드럼이 열리고, 처음엔 검은 천이, 그다음엔 작은 수건들이, 마지막엔 베개 커버가 한 장 들어왔다. 드럼이 닫히고 세제와 코인이 들어갔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며 드럼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세탁물이 젖으면서 무게도 달라졌다. 처음엔 가벼웠지만 물을 흡수하며 무거워졌는데, 검은 천이 흡수하는 속도와 수건이 흡수하는 속도는 서로 달랐다.
드럼이 돌기 시작하자 세탁물이 그 안에서 한쪽으로 몰렸다가 다시 퍼졌다. 무거운 것이 먼저 몰리면서 드럼을 기울게 했고, 진동이 비대칭으로 왔다. 그러다 세탁물이 다시 고르게 퍼지면서 진동도 균형을 찾았다.
드럼 회전 방향이 바뀔 때 소리가 달랐다. 시계 방향으로 돌다가 반시계 방향으로 바뀌는 순간 세탁물이 한쪽으로 쏠렸다가 반대쪽으로 이동했고, 그 이동이 소리로 났다. 젖은 천들이 서로 닿는 부드러운 충돌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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