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는 말 뒤에 숨겨둔 것들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바쁘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하루 동안 하는 일이 적지는 않지만, 대부분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들이다. 시간도 내가 조절할 수 있다. 그래서 일이 많다고 해서 내가 특별히 바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나를 만나면 안부보다 먼저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 "많이 바쁘시지요?" 오랜만에 연락한 사람에게서 "늘 바쁜 것 같아서 전화를 못 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다. 나는 바쁘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바쁜 사람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럴 때면 "안 바빠요. 언제든 연락하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주변에는 '바빠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들을 때마다 궁금해진다. 정말 일이 많아서 바쁜 걸까, 아니면 스스로 만든 바쁜 시간에 매여 있는 걸까. 물론 먹고사는 일과 돌봄 때문에 자기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람도 있고,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일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이 줄었는데도 비워진 시간을 견디지 못해 새로운 일을 찾아 채우는 바쁨도 있다. 잠시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하루를 낭비한 것 같아서 스스로를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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