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나를 어떻게 세상에 드러내는가

몸, 인간을 다시 묻다 02

by호시우행

사람들은 한 사람을 이해할 때 그 사람이 하는 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믿는지, 어떤 꿈을 품고 살아가는지를 들으며 그 사람을 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은 말보다 먼저 몸으로 세상에 등장한다.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못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울음으로 자신의 필요를 알리고, 웃음으로 기쁨을 표현하며, 손을 뻗어 누군가에게 다가간다. 말은 훨씬 뒤에 배우지만 몸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세상과 관계를 시작한다.


몸은 인간이 가장 먼저 배우는 언어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그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나는 내 몸이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고, 마음속에는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것이 바깥으로 나오는 과정은 늘 순조롭지 않았다.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뛰어가고, 쉽게 말을 건네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모든 과정이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생각은 이미 앞서가고 있는데 몸은 그 생각을 따라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고 싶은 말은 분명히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했다. 어릴 때 가장 답답했던 순간은 내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는 분명히 생각하고 있었고, 느끼고 있었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때때로 내 안의 마음보다 먼저 내 몸을 보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전에 내 움직임과 말투를 통해 나를 판단했다. 나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상대의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내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내 몸이 먼저 나를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이런 질문을 품게 되었다. 왜 사람들은 한 사람의 마음보다 보이는 몸을 먼저 판단하는 것일까. 몸은 분명 나의 일부였다. 나는 이 몸을 벗어나 존재할 수 없었다. 나의 생각도, 감정도, 관계도 결국 이 몸을 통해 세상에 나타났다. 하지만 몸이 나의 전부는 아니었다. 내 안에는 생각하는 내가 있었고, 배우고 싶은 내가 있었으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내가 있었다. 문제는 내 몸이 나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내 몸이 사용하는 언어를 아직 배우지 못했던 것인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몸에 대해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몸은 마음을 전달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몸은 이미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흔히 마음이 먼저이고 몸은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의 눈빛을 보고 마음을 느끼고, 떨리는 목 소리를 통해 긴장을 알아차리며, 지친 어깨를 보고 그 사람이 지나온 하루를 짐작한다.


몸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전한다. 기운 없는 걸음에는 힘겨운 시간이 담겨 있고, 굳어진 표정에는 견뎌온 순간들이 남아 있다. 누군가를 향해 내미는 손에는 말보다 먼저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아픈 사람 곁에 오래 머무는 몸,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행동은 모두 몸이 사용하는 언어다.


몸에는 각자의 문법이 있다. 어떤 사람은 빠른 움직임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움직이지만 그 안에 깊은 생각과 시간이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은 많은 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어떤 사람은 작은 표정과 행동 하나로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몸이 같은 방식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하나의 기준을 만든다. 빠르게 움직이는 몸, 즉시 반응하는 몸,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많은 일을 해내는 몸을 좋은 몸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느린 몸, 설명이 필요한 몸,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몸은 부족한 몸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런 기준으로 내 몸을 바라보았다. 나는 내 몸이 나를 가리는 것처럼 느꼈다. 내가 가진 생각보다 보이는 모습이 먼저 평가받는다고 느꼈다. 내가 가진 가능성보다 내가 가진 어려움이 먼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질문은 달라졌다. 몸은 나를 가리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세상과 만나는 가장 가까운 방식일까.


돌이켜보면 몸은 나를 막아선 벽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몸이 있었기에 나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얼굴을 바라보고, 목소리를 듣고, 손을 잡고, 함께 웃는 모든 순간은 몸을 통해 가능했다. 나의 생각도 몸을 통해 전달되었고, 나의 사랑도 몸을 통해 전해졌다. 몸은 완벽하게 나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어떤 사람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완전히 이해될 수 없다. 그러나 몸은 분명히 나를 세상과 연결하는 첫 번째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는 한 사람의 시간을 담고 있다. 한 사람의 손에는 살아온 노동의 시간이 남아 있고, 얼굴의 주름에는 지나온 계절이 새겨져 있다. 굽어진 허리에는 견뎌온 삶이 있고, 느린 걸음에는 포기하지 않고 걸어온 시간이 있다.


몸은 단순한 신체가 아니다. 몸은 한 사람이 살아온 기록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몸을 이해한다는 것은 겉모습을 판단하는 일이 아니다. 그 몸 안에 어떤 시간이 있었는지, 어떤 관계를 지나왔는지,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왔는지를 바라보는 일이다.


나의 몸도 그러했다. 처음에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몸은 나를 가로막은 장애물이 아니라, 내가 세상과 만나고 관계 맺으며 살아온 나만의 방식이었다. 느린 움직임은 부족함의 증거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다른 속도로 세상을 살아왔다는 기록이었다. 몸은 내가 가진 조건이 아니다. 몸은 내가 살아온 이야기이며, 내가 세상 안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서로 다른 몸들이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인지 모른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몸을 바라보면서도 그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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